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사고로 숨진 김용균씨의 어머니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며 “생명과 안전을 이익보다 중시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유가족에게 “김용균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가 모두 노력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24살 꽃다운 나이의 김용균씨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을 듣고 가슴 아팠다. 특히 첫 출근을 앞두고 양복을 입어보면서 희망에 차있는 동영상을 보고 더 그랬다”며 “그래도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아픔을 다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위로했다. 문 대통령이 김씨 유가족을 만난 것은 사고 71일 만이자 장례식 뒤 9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8일 김 대변인을 통해 “김용균님의 모친 등 유족을 만나 위로와 유감을 전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가족과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김용균 사망 후속 대책’을 발표한 뒤 장례를 치르고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유가족과의 만남에서 “공공기관 평가 때 생명과 안전이 제1의 평가 기준이 되도록 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도 속도를 내겠다”며 “그래야 용균이가 하늘나라에서 ‘내가 그래도 좀 도움이 됐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씨의 부모는 문 대통령에게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버지 김해기씨는 “문 대통령이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을 다 알고 계셔서 정말 고맙다”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 더는 (김씨의) 동료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게 해달라. 절대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어머니 김미숙씨도 “용균이가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죽음을 당해 너무 억울하고 가슴에 큰 불덩어리가 생겼다”며 “진상 조사만큼은 제대로 이뤄지도록 대통령이 꼼꼼하게 챙겨달라.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용균이 동료들이 더는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45분간 면담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은 본관 현관 앞까지 유가족들을 배웅하고 차가 떠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김씨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문 대통령과의 면담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한고비를 넘겼다”고 평가했다. 어머니 김미숙씨는 “대통령이 진심으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놓으며 (면담장을) 나왔다”라고 말했다. 박석운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대통령이 ‘타워크레인 사고가 몇년 전 심각했는데 집중적으로 신경 쓰니 사고가 나도 사람이 사망하는 사례가 줄었다. 위험의 외주화 문제도 집중적으로 신경을 쓰면 개선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고 문 대통령 발언을 소개했다.
성연철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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