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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강제노동 165만명 배상’ 독일 사례가 해결책 될까

등록 2019-08-11 20:01수정 2019-08-11 20:32

광복절 74돌 기획

2차대전 민간인·포로 동원
미국서 집단소송 확대되자
미·독 “소송증가로 외교부담”
재단 통한 일괄해결 설득
1939년 영국으로 보내진 유대인 아이들. <한겨레> 자료사진
1939년 영국으로 보내진 유대인 아이들. <한겨레> 자료사진
청와대가 전쟁 시기 강제노동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와 관련해 독일 사례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독일의 강제동원 피해 배상 사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겪는 한-일 두 나라에 적절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한겨레>와 만나 “독일이 강제노동에 대해 책임을 별도로 인정하고 89개국 피해자들을 찾아 배상한 것을 국제사회가 지켜봤다. 독일 사례는 아시아뿐 아니라 전세계에 일본의 강제동원 문제를 환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기간에 민간인 800만명과 전쟁포로 450만명 등 1200만명 이상을 강제노동에 동원했다. 이후 책임을 인정한 독일은 2000년 정부와 기업들이 50억마르크씩 출연해 ‘기억·책임·미래 재단’을 만든 뒤 89개국의 강제노동 피해자 165만여명에게 43억유로를 지급했다.

독일 정부와 기업도 처음부터 보상에 쉽게 응하지는 않았다. 패전 뒤 서독은 ‘강제노동은 범죄가 아니라 전쟁의 가장 불행한 결과’이고 기업들은 나치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하지만 1998년부터 미국에서 강제노동 피해자들이 독일 기업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큰 쟁점이 됐다.

집단소송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댄 미국과 독일 정부는 소송 증가로 인한 외교적·경제적 부담을 피하고자 소송 당사자에게 ‘재단’을 통한 일괄 해결을 설득했다. 독일 기업도 집단소송에 따른 이미지 손상을 크게 우려해 이 방안을 받아들였다. 미국은 재단 설립 뒤 법원에 ‘재단을 통해 소송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대외정책 이익에 부합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법원은 40건 소송 원고의 자발적 기각을 허용했다. 미국, 독일 정부와 세계 각지 피해자 대표단의 합의에 따라 폴란드(48만4025명), 러시아(22만7685명), 미국(4만8804명)뿐만 아니라 일본인도 3명이 배상을 받았다.

현재 일본은 한국 정부가 제안한 ‘1+1’(일본 기업+한국 기업 공동 기금 조성)안을 거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본 쪽이 요구하는 제안을 포함해 모든 사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의향이 있다. 독일 사례도 좋은 참조점이 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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