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에서 열린 ‘2019 국민과의 대화-국민이 묻는다’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19일 저녁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사옥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 첫 질문자는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9살 김민식군의 어머니 박초희씨였다. 김군 사망 뒤 국회에선 지난달 11일 ‘민식이법’이 발의됐지만 언제 상임위에서 논의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인지 박씨의 목소리는 심하게 흔들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법안들을 만들었는데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마음 아프다. 국회와 협력해 빠르게 그런 법안들이 통과되게끔 노력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저녁 8시에 시작한 ‘국민과의 대화’는 사전에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예정된 100분을 넘겨 120분 동안 진행됐다. 행사장은 문 대통령이 무대 가운데 앉고 ‘국민패널’ 300명이 둘러앉는 형태로 꾸며졌다. 참석한 시민 300명은 사전에 신청한 1만6천명 가운데 세대·지역·성별 등 인구 비율과 노인·농어촌·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을 배려해 문화방송이 선정했다.
문 대통령은 사회를 맡은 ‘동갑내기’ 방송인 배철수씨의 소개로 영국 밴드 비틀스의 ‘올 유 니드 이즈 러브’ 음악과 함께 등장했다. 1967년 반전평화운동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시기에 널리 불린 곡이다. 문 대통령은 ‘선곡이 마음에 드는지’ 묻는 배씨의 질문에 “저는 국민들로부터 참 사랑을 많이 받는 정치인이다. 사랑받은 만큼 이제 갚으라는 뜻 같기도 하다. 사랑의 토대는 이해다. 이해하려면 소통도 필요하고 오늘 그런 뜻의 자리라고 알려주는 의미로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대화’는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삶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시간이었다. 자영업자, 북한이탈주민, 청년, 일용직 노동자 등의 고민과 질문이 쏟아졌다. 한정된 시간 탓에 후반부로 갈수록 패널들의 다급함도 커졌다. 대통령의 답변이 끝날 때마다 질문 기회를 달라는 패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질문이 길어지거나 주제가 분산되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배씨가 국민패널 가운데 즉석에서 지명한 이의 질문과,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국민참여방’을 통해 접수된 질문을 함께 받았다. 노란 연필로 질문을 받아적던 문 대통령은 열띤 분위기에 저녁 9시께부터는 양복 웃옷을 벗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방송이 끝난 뒤에도 패널들과 악수하며 그들이 적어온 메시지를 직접 받았다. 청와대는 이날 국민패널의 질문 전체에 대해 적절한 형식을 통해 답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완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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