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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거듭 몸 낮추는 민주당

등록 2020-04-17 20:39수정 2020-04-18 02:34

“국민 뜻 살피고” “열린우리당 반면교사”
“지금은 생업·일자리에 총력”
“개혁과제 추진은 속도조절”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왼쪽 넷째부터), 이낙연,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과 더불어시민당 이종걸, 우희종, 최배근 상임선대위원장 등이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해단식에서 허리 숙여 국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왼쪽 넷째부터), 이낙연,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과 더불어시민당 이종걸, 우희종, 최배근 상임선대위원장 등이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해단식에서 허리 숙여 국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슈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겸손한 자세를 강조하며 몸을 낮추고 있다.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도 개혁법안 통과는커녕 이후 3년 뒤 대선에서 참패했던 열린우리당의 트라우마를 잊어선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해찬 대표는 17일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국민이 주신 의석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이 사실을 결코 잊지 말고 항상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살피고 소기의 성과를 거둬야 한다”며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17대 총선으로 152석을 얻었다. 하지만 4대 개혁입법(국가보안법 폐지 법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언론개혁 법안, 과거사 진상규명 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노선 갈등이 벌어지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열린우리당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위기를 수습하지 못하고 분열을 거듭하다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압승으로 대선에서 참패했다.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도 이날 열린우리당 시절을 언급하며 “그때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자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힘이 생겼지만, 경제위기 극복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면 당장 밀어붙이진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현실을 감안해 국정과제 속도와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며 “전방위적 경제 위축에 놓여 있다는 것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의제를 선정할 때는 그것이 경제와 민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그리고 실현 가능한 것인지 고려하면서 신중하고 지혜롭게 완급을 가렸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당 관계자는 “진보진영에서 이런저런 개혁 요구들이 쏟아질 텐데 질서있게 해나가자는 뜻”이라며 “열린우리당 때와 달리 설계도를 잘 그려서 이참에 진보가 ‘유능하다’는 평가를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코로나19 극복에 집중하고, 21대 국회에서 다룰 개혁과제를 새달 7일 새 원내대표 선출 뒤 정리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대표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보안법 철폐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적은 데 대해 선을 그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금은 비상경제상황에서 국민들의 생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총력을 모으는 게 우선이다. 그 문제는 나중 일이지 지금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야당이 참여하는 ‘국난극복위원회’를 꾸려 21대 국회를 이끌어갈 협치의 기초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이 위원장은 “국민께서 저희에게 주신 책임을 이행하려면 국민의 뜻을 모으고 야당의 협조도 얻어야 한다”며 “그런 일의 시작은 겸손에 있다. 모든 강물이 바다에 모이는 것은 바다가 낮게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당 지도부가 확실히 군기를 잡아야 한다. 잘못한 사람이 있으면 냉정히 쳐내야 한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 과정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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