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1년7개월 만에 다시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지지부진한 권력기관 개혁에 다시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담은 신호로 풀이된다.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과 ‘추미애 논란’을 거치며 악화된 여론 지형을 반전시키겠다는 뜻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이제 법제화만 남았다”는 말로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내건 권력기관 개혁 마무리를 위해 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1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도 “참으로 두렵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법·제도까지 개혁하지 않으면 물을 가르고 간 것처럼 분명히 가르고 나갔는데도 도로 합쳐져 버릴지 모른다”며 입법화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첫발도 떼지 못한 상황에 아쉬움을 나타내며 “조속히 출범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당·정·청이 합심하고 공수처장 추천 등 야당과의 협력에도 힘을 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공수처법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월14일 당시 미래통합당을 뺀 야당과 4+1 협의체를 꾸려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법정 출범 시점(7월15일)을 두달 이상 넘기도록 기구가 구성되지 못했다.
공수처 출범이 난항을 겪자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여당과 야당이 각각 2명씩 추천하도록 했던 것을 ‘국회가 4명을 추천한다’로 바꾸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이 추천권을 거부하며 공수처 출범이 늦어지자 여당이 법을 개정해서라도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국회에서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국정원법 개정안 통과도 주문했다. 그는 “국정원은 대북·해외 전문 정보기관으로서 오직 국민과 국가의 안위에만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과 인력을 재편해야 할 것”이라며 “정보기관의 본분에 충실할 때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소속원의 자부심도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8월 김병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정원법 개정안에 관해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했다. 법안의 뼈대는 국정원의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고, 직무 범위에서 국내 정보 업무와 대공 수사를 삭제하며,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견해차가 가장 큰 대공수사권 이관 등은 마지막에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수사권 폐지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조사권은 국정원에 남겨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의힘은 수사권 폐지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정보위는 오는 23일 네번째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개정안을 논의한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합동브리핑에서 “어떤 경우에도 국내 정치에 절대로 관여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명확히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1차적 수사권을 인정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경찰 수사 부서를 총괄 지휘·감독하는 ‘국가수사본부’의 구체안도 모습을 드러냈다. 신설될 국가수사본부는 경찰의 수사·생활안전·교통·보안 등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던 수사 기능을 하나로 통합·운영해 경찰 수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특히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전에 대비해 국가수사본부 내에 안보수사국이 설치된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경찰) 이전에 대비해 경찰의 안보수사 역량을 제고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신안보’ 개념에 입각한 안보수사국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사권 개혁도 거듭 강조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직접수사 부서 통폐합 축소를 포함하여 검찰의 인권 옹호 기능을 실질화하기 위한 검찰 조직 및 업무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편함으로써 검찰이 직접수사 기관에서 벗어나 수사의 적법성을 통제하는 인권옹호관, 공소를 유지하는 공소관으로서 검사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연철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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