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왼쪽)과 김종호 민정수석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22일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서 통신비를 선별 지급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애초 13살 이상 모든 국민에게 2만원씩 지급하려던 당·정·청의 결정이 ‘졸속’이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통신비 전 국민 지급 결정은 지난 6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청와대 쪽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날 오후 1시부터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회의에는 정부 쪽에서 정세균 총리,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청와대는 김상조 정책실장과 최재성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불참했다.
회의의 주요 의제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에게 어떻게 하면 실효적 지원책을 펼 수 있을 것인지에 맞춰졌다. 그런데 회의 중간에 ‘전 국민 통신비 지원’ 문제가 돌출했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의 제안이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최 수석이 35~64살 연령층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정부안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전했다.
최 수석의 돌발 주장에 회의장 분위기가 술렁였다고 한다. 일부 참석자는 “9300억원으로 전 국민에게 통신비를 지원하기보다 어려운 계층에게 지원금을 더 얹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다른 참석자와 정부 쪽 인사들도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여당에서는 통신비 문제 대신 아동특별지원금 대상을 초등학생에서 중학생까지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
통신비 전 국민 지급은 사흘 뒤인 9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청와대 간담회를 거치며 당정청의 공식 입장으로 굳어졌다. 당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코로나로 지친 국민에게 통신비를 지원하는 게 위로가 될 것”이라고 하자,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며 ‘적극 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하지만 통신비 전 국민 지급에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국민 다수가 ‘어려운 계층을 두텁게 지원한다’는 맞춤형 지원 원칙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결국 국회 논의 과정을 거치며 전 국민 지급안은 급격하게 동력을 상실했다. 청와대는 통신비 지급 문제로 여야가 갈등을 겪자 “국회가 합의할 일”이라며 발을 뺐다.
이낙연 대표는 22일 “말씀드렸던 만큼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10일 비상경제회의에서 통신비 전 국민 지급을 두고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도 머쓱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통신비 문제는 여야가 협상해 결정한 것이라 청와대가 따로 입장을 낼 필요가 없다. (지급 방침 변경에 대해선) 당에서 국민께 사과드린 걸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통신비 관련 최재성 정무수석은 당·정·청 입장을 정무적으로 조율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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