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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민심 들끓는데…인적쇄신·정책변화 선긋는 청와대

등록 2021-04-09 05:00수정 2021-04-09 07:17

문 대통령 “질책 엄중히…더 낮은 자세로”
참패 충격 속 ‘구체적 변화’ 다짐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과 면담 중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접견실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과 면담 중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입니다.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습니다.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습니다.”

여당의 재보선 참패 이튿날인 8일, 문재인 대통령은 강민석 대변인을 통해 이렇게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문장마다 “엄중히, 더욱, 보다, 절실한” 등의 부사어를 넣었다. 선거 패배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낮은 자세로 무거운 책임감이라 말하는 것 말고 어떤 말을 더 할 수 있겠냐”며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변화하겠다는 내용은 빠진 메시지여서 전면적 쇄신을 촉구하는 민심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극복,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에 미진했던 점을 1년 만에 싸늘하게 식은 민심의 원인으로 인식했다. ‘부동산 부패 청산’을 거론하면서도 과거부터 누적된 문제로 현 정부의 책임을 경감시킬 수 있는 ‘적폐’라는 표현은 삼갔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런 입장이 정책기조 변화나 참모진 쇄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 상황과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만이 성난 민심을 다독일 수 있는 해법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인적 쇄신으로는 청와대 참모진 개편 보다 소폭의 개각이 예상되고 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총리도) 선거 끝나고 나갈 때이기도 하고 국정의 마지막 성과를 위해 국민들의 요구가 있으면 새로운 시각으로 (인사)할 것”이라고 했다. 총리를 포함해 예정된 수준의 개각을 하되 선거 결과를 반영해 조금 더 참신한 인사를 기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성난 민심은 더 큰 폭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7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국지표조사 결과(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1%포인트)를 보면, 보궐선거 이후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이 일부 또는 전면 수정돼야 한다는 응답은 86%에 달했다. 부동산 정책 평가는 부정 평가는 80%로 긍정평가(16%)를 압도했다. 부동산 정책의 잘못된 점으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응답이 53%로 가장 많았고, 공직자들의 불법투기(31%), 국민 정서와 다른 여권 인사의 거래(6%) 차례였다.

야당은 “‘무거운 책임감’, ‘엄중함’이라는 늘 되풀이해온 애매한 수사, 형식적 사과로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무능과 부패로 나라를 망치고, 내로남불의 위선으로 국민들 가슴에 피눈물 흘리게 한 국정의 ‘전면쇄신’, 그리고 내각 총사퇴를 단행할 생각이 있냐. 문재인 대통령님은 무엇을 바꾸시겠느냐”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완 서영지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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