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34진으로 파견된 문무대왕함. 해군 제공
코로나19 확진자 6명이 나온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4400t급) 승조원 300여명의 조기 귀국이 추진되고 있다고 16일 복수의 군 관계자가 전했다. 지난 2월8일 아프리카 아덴만으로 떠난 청해부대 34진은 애초 8월 중 임무를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귀국 시기가 한달 정도 앞당겨지게 된 것이다.
청해부대 34진 김동래 부대장(대령) 15일 “다수의 확진자 발생(가능성)까지 고려해 현 부대장(본인)을 포함한 청해부대 34진 부대원 총원을 공군 수송기 편으로 국내 복귀시켜 부대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을 (군 당국에서) 검토 중”이라고 장병 가족들한테 알렸다고 복수의 군 관계자가 전했다. 김 부대장은 “19일부터 25일 사이에 복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청해부대 34진의 문무대왕함은 애초 지난달 출항한 35진 충무공이순신함과 8월 중순 임무를 교대하고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라는 돌발 사태로 귀국 일정이 한달 남짓 앞당겨진 셈이다.
다만, 복수의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합참) 관계자는 “공군 수송기를 활용해 조기 귀국을 추진하고 있는데, 장병 건강 상태 확인과 관련국 협의 등 실무적으로 확인·조정할 게 적잖아 공식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합참은 지난 15일 “청해부대 간부 1명이 14일 폐렴 증세로 현지 병원에 후송된 뒤 접촉자 중 증상이 있는 6명에 대해 진단검사를 해본 결과 전원 양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16일엔 “청해부대원 유전자증폭(PCR) 전수 검사는 해당 국가 보건 당국이 15일 자정(한국시각) 검체를 채취해 현재 검사 중”이라며 “현재까지 확진자(6명)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는 이르면 17일 새벽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합참은 또한 “현재까지 (코로나19) 유증상자는 80여명으로 대부분 경증이며 의료 조처를 하고 있다”며 “16일 현재 오후 3시 기준 현지 병원엔 모두 7명이 입원해 있다”고 밝혔다. 확진자 6명 중 1명만 입원했으며, 나머지 5명은 무증상자로 함정에 별도 격리된 상태다. 합참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중증 환자는 없고, 유증상자 대부분은 감기나 몸살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외 파병 장병 보호 취약” 비판…방역당국 “출국시점 백신 못구해”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승조원 300명 모두가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자, 군 당국의 국외 파병 부대 장병 보호 조처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함정은 다수의 승조원이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데다 자연환기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집단감염에 매우 취약한데도 사전에 예방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이날 오후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예방접종을 지금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의 파병군인 또는 재외국민들, 주재관들 등에 대해서는 아직 백신을 직접 가져다 드리는 방식으로 접종을 진행하고 있지 못하다”라고 밝혔다. 홍 팀장은 “4월부터는 우선순위 예외로 필수목적 출국자에 대해 예방접종을 진행하고 있고, 파병군인들도 접종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청해부대 34진처럼) 1분기에 백신이 없는 시절에 파견된 군인들에 대해서는 예방접종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청해부대 34진은 임무 수행 중 단 한 번도 육지에 발을 딛지 않는 등 나름 격리된 일상을 보냈고, 백신 접종을 하려면 이상 반응 대응 등 안전 조처가 필수적이라 함상 접종은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출국 시점인 2월은 국내에서도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던 때”라며 “8월 귀국 뒤 접종하는 게 여러모로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방부는 국외 파병 장병 1300여명 가운데 960여명(72.6%)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뒤 청해부대 34진도 접종을 해야 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백신 접종 뒤 심각한 이상 반응 등 문제가 생기면 현지에서 적절한 조처를 할 수 없다는 염려가 있었고, 여러 요소를 고려해 귀국 뒤 접종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집단감염이 발생했으니 결과적으로) 비판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도 “백신 접종 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제훈 이완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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