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 삼학리에서 발견된 한국전쟁 전사자 고 최영근 경사 유품인 방탄헬멧 조각, 전투화 깔창. 국방부 제공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8일 전남 영광군 삼학리에서 2007년 5월에 발굴한 6·25 전사자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사자는 경찰관인 고 이남의, 최영근 경사다.
1950년 7월23일 전남 영광군 삼학리 학동마을은 북한군과 영광군 경찰관 250여명이 격전을 벌였던 곳으로, 당시 경찰관 전원이 전사했다. 고인들의 신원 확인은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가 있어서 가능했다. 숨진 경찰관들의 자녀들이 해당지역 경찰서에서 유전자 시료 채취를 했고, 확보된 시료와 발굴된 전사자 유해를 대조하여 분석한 결과 고인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 이남의 경사(당시 26)는 갓 태어난 딸을 남겨두고 전사했다. 고인의 딸 이기복(73)씨는 “아버지를 찾았다는 것이 기적같이 좋은 일이다. 유해가 몇 십년이 지났는데 내 유전자와 일치한다고 하니 실감이 나지않지만, 아버지를 찾은 것만큼 세상에 더 좋은일은 없다”고 말했다.
두 딸을 둔 고 최영근 경사(당시 28)는 “대한민국 경찰로서 자랑스럽게 죽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참전했다고 한다. 고인의 딸 최춘응(77)씨는 “아버지의 유해를 찾지 못한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한이었다.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국가에 충성을 다한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유가족과 협의를 거쳐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하고 국립현충원에 안장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2000년 4월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175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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