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30일밤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크리스 도나휴 미 82공수사단장이 활주로를 혼자 걸어 수송기로 오고 있다. 방탄복 차림에 야시경을 장착하고 소총을 든 그는 아프간을 떠난 마지막 미군이었다. 미 국방부 제공
지난 8월30일 밤.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활주로에서는 미군 수송기들이 철수하는 미군 병력을 태우고 있었다. 최종 인원 확인을 끝낸 군인이 혼자 활주로를 걸어 마지막으로 수송기에 올랐다. 그는 모든 병력이 철수한 것을 확인하고 수송기 탑승 트랩을 닫았다.
아프간을 떠난 마지막 미군은 크리스 도나휴 미 82공수사단장이었다. 야간 투시경에 찍힌 도나휴 사단장의 사진은 국내에서 화제가 됐다. 육군 소장인 그가 일선의 공수부대원처럼 방탄복과 야시경같은 전투장구를 착용하고 소총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군 병사들은 이 사진을 보며 사단장도 우리와 똑같은 무장을 하고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는 전우라고 느꼈을 것이다. 이와 달리 대다수 우리 군필자들은 사단장하면 가죽 허리띠, 번쩍이는 계급장, 지퍼로 여닫는 반질반질한 가죽 전투화를 떠올릴 것이다.
한국군은 계급에 따라 의식주 차이가 크다. 부대에는 사병식당, 간부식당이 구분돼 있다.큰 부대에는 간부식당도 계급별로 장군 식당, 대령 식당을 따로 운영한다. 간부(장교·부사관)가 사용하는 부대 공용시설(목욕탕, 식당, 이발소 등)을 병사는 이용 못한다.
병사와 간부는 외관상 한 눈에 봐도 차이가 크다. 병사와 간부의 두발 규정이 달라 머리카락 길이가 다르다. 계급에 따라 전투화, 운동복 등의 보급기준이 다르다. 간부들에게 주는 지퍼형 전투화, 플리스형 스웨터, 운동모, 끈과 지퍼를 결합한 신속착용 패드 결합 전투화를 병사들에게는 주지 않았다. 특히 지퍼형 전투화는 장군 계급만의 전유물이다.
육군은 이등병부터 장군까지 단일화된 피복류를 입어 하나된 육군을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3일 육군 32사단에서 소장, 중령, 중사, 병사 마네킹이 같은 옷을 입고 있다.
육군은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등병부터 장군까지 계급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더 강한·좋은 육군문화’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계급과 관계없이 전 장병이 같은 옷을 입는 육군 문화 정착이다. 현재 계급에 따라 보급기준이 다른 지퍼형 전투화, 겨울 운동복, 여름 운동복, 봄가을 운동복, 플리스형 스웨터, 운동모, 신속착용 패드 결합 전투화를 전 장병에게 동일하게 보급해 육군 전 장병이 동질감과 전우애를 갖게 할 방침이다.
특히 지퍼를 활용해 빠르게 전투화를 신고 벗을 수 있는 전투화 신속착용 패드는 장군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지퍼형 전투화를 전 장병에 확대하려는 시도다. 전투화 신속착용 패드는 내년 순차적 도입을 목표로 현재 일선 부대 장병 2500여명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 중이다.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13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병사와 간부가 서로 다른 두발 규정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남영신 총장은 “병사 머리카락 길이는 3㎝이고 간부는 길이 제한은 없다”며 “강한 전투를 발휘하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육군본부 내에 별도로 운영하는 장군 식당과 대령 식당을 하사부터 장군까지 전 간부가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꿀 계획이다. 야전부대는 일괄적으로 병영식을 하는 경우 이등병에서 지휘관까지 동일한 자율배식을 하도록 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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