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8일 로버트 랩슨(왼쪽) 주한 미국대사 대리와 정은보(오른쪽)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가서명식에서 합의문에 서명을 한 뒤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방부가 내년 주한미군에 지급할 방위비분담금 가운데 인건비 총액을 500억원가량 과다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위비분담금 전체 증가율을 인건비 항목에도 적용한 것인데, 미군이 돌려 줄 가능성도 없어 비용 전용을 부추긴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보면, 국방부는 2022년도 방위비분담금(1조2472억원) 중 6009억원을 한국인 노동자 8500명의 인건비로 편성했다. 국방부는 그동안 주한미군 노동자 인건비를 올릴 때 한국 공무원 봉급인상률+0.1%를 적용해왔다. 내년 공무원 봉급 인상률은 1.4%로 이 계산에 따르면 내년 주한미군 노동자 인건비는 올해 인건비보다 1.5% 많은 5486억원이다. 국방부가 편성한 2022년도 방위비분담금 인건비 6009억원은 이보다 500억원 가량 많은 것이다.
국방부는 방위비분담금 전체 증가율(올해 13.9%, 내년 5.4%)을 인건비 인상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3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이 타결됐지만, 분담금 총액과 증가율만 정해져 있고, 항목별 배정액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라며 “‘22년도 국방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지침’에 따라 방위비분담금 협정에 따른 연도별 증가율을 적용하여 인건비를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인건비가 남더라도 한국인 노동자 고용을 늘리거나 돈을 한국에 반납할 가능성은 낮다. 올해 주한미군이 한국인 노동자를 40명 이상 감원했다는 노동조합의 주장에 비춰볼 때 주한미군이 한국인 노동자를 추가로 고용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군은 2002년부터 방위비 분담금 중 쓰지 않는 돈을 한때 1조원까지 미 국방부 소유 은행에 적립해 이자수익을 챙겨왔다. 2019년에는 경기 오산 항공우주작전센터 성능개량과 평택 블랙 햇(정보융합센터) 건설비로 쓰기 위해 남아 있던 미집행현금 2800억원을 미국 달러로 환전해 미 재무부로 송금한 바 있다.
미국은 “방위비분담금은 일단 미국 계좌에 들어오면 미국 돈”이란 입장이다. 미국이 마음대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중 쓰지 않고 모아놓고 있는 돈에 대해 우리 정부가 여러 차례 용도를 밝힐 것을 요구해도 미군 쪽은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 여는 사람들’ 관계자는 “미군이 과다 편성된 인건비 예산 500억원 이상을 자기들이 쓰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쓸 우려가 있다”며 “국회가 내년 방위비분담금 인건비 예산을 삭감해 주한미군의 방위비분담금 전용 가능성을 미리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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