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인 지난 17일 김정일 위원장 주검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중앙추모대회를 열었다.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오른쪽으로 김덕훈 총리, 오수용·김재룡·김영철 위원 다음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서 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겸 국무위원의 공식 서열이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신문>이 18일치 1면에 전날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 중앙추모대회에 참가한 간부들을 소개하면서 김 부부장은 정치국 위원 8명(리일환, 정상학, 태형철, 오수용, 김재룡, 오일정, 김영철, 정경택) 다음에 배치됐다. 정치국 후보위원인 김성남 당 국제부장과 허철만 간부부장(인사담당)보다는 앞 순서였다. 이에 김 부부장이 정치국 위원이나 후보위원에 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에서 주요 행사 참석자의 호명 순서는 의전상 서열이지만 ‘권력서열’과도 대체로 일치해 이를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전날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중앙추모대회를 녹화 방송한 주석단 화면을 보면 김 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 왼쪽으로 김덕훈 총리, 정치국 위원인 오수용·김재룡·김영철 다음에 서 있었다. 다만 지금껏 북한 매체를 통해 김 부부장이 정치국 위원이나 후보위원에 선출됐다는 소식은 전해진 바 없다.
호명 순서, 자리 배치 등은 서방이 냉전 시기 소련을 포함한 공산주의 국가를 연구 분석할 때부터 사용했던 방법이다. 당시 서방 학자·관료들은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 기사, 사진에 나타난 공식 행사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의 이름, 호칭 순서, 자리 배치 등을 분석해서 소련 공산당 내 권력관계, 서열, 정책 변화를 판단, 예측했다. 이 방법은 소련 권력의 핵심인 모스크바 크렘린궁전에서 따와 크렘리놀로지(Kremlinology)라고 불린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까지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겸 정치국 후보위원이었으나 올해 1월 당 8차 대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직을 내놓고 부부장으로 직위가 낮아졌다. 그러나 곧바로 남쪽의 합동참모본부를 겨낭한 담화를 발표해 ‘대남 사업 총괄’로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14기5차)에서 김 부부장이 국무위원회에 진입하면서는 공식 권한과 책임의 범위가 더 넓어지고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여정은 백두혈통으로 그간 당이나 국가 직위에 관계없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가라는 특수체제 속에서 대내외적으로 책임과 역할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10월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부부장이 북한의 ‘외교·안보 총괄’을 맡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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