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설 90주년인 지난 4월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연합뉴스
북한이 4일 평양 순안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번 발사는 북한이 지난달 16일 ‘신형 전술유도무기' 2발을 발사한 지 18일 만이자 올해 14번째 무력시위다. 북한이 지난달 김일성 주석 생일(1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25일) 등 내부 대형 행사를 마무리하고 윤석열 정부 출범(10일)과 한미 정상회담(21일)을 앞두고 다시 군사행동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낮 12시3분께 북한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번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470㎞, 고도는 약 780㎞, 마하 11로 탐지됐고,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합참은 설명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륙간탄도탄(ICBM)일 가능성이 있느냐”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아이시비엠일 수도 있는데 그보다 사거리가 적은 것일 수도 있다. 정확한 미사일 종류는 한미 정보당국 간에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올리려고 발사체를 시험발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날 오후 1시30분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뒤 상임위원들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면서 국제사회의 평화안정 요구에 배치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이 한반도와 지역,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는 행동을 중단하고 대화와 외교의 길로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5월10일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굳건한 군사적 대응능력과 공고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어떠한 위협에도 확고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지역과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대변인실 명의의 공지를 통해 북한에 “긴장을 조성하고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한미 간 철저한 공조를 토대로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억제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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