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지난 8월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토론’(연설)하는 모습. 조선중앙텔레비전, 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20일 “군사위성 개발 문제는 우리 국가의 안전과 직결된 초미의 선결과업”이라며 “정찰위성 개발 사업에서 드팀(조금의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여정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한 실명 담화에서 18일 북한이 쏜 게 ‘위성운반체’가 아닌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국방부의 거듭된 발표에 대해 “우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한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지 남조선 괴뢰들이 여론을 퍼뜨리는 것처럼 위성으로 위장해 장거리로케트 시험을 하지는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부부장은 국방부를 “괴뢰군깡패들” 또는 “군부깡패들”이라는 막말로 불렀다. 김 부장의 담화는 북한 인민들이 접할 수 있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북쪽이 공개한 위성사진이 해상도가 낮은 ‘조악한 수준’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과 관련해 “누가 830s(13분8초)에 지나지 않는 1회성 시험에 값비싼 고분해능촬영기를 설치하고 시험을 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시험용 촬영일 뿐 실제 위성에 실을 고성능촬영기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 부부장은 “입 가진 것들은 모두 우리가 하는 일이라면 첫째 의심, 둘째 시비질”이라며 “개나발들을 작작하고 자중숙고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근의 사변들을 곰곰히 돌이켜보라. 우리가 하겠다고 한 것을 못한 것이 있었는가를”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의 막말로 가득한 이례적으로 긴 담화(5074자 분량)에서 각별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재진입기술을 확보했음을 입증할 목적의 ‘실제 각도’ 발사를 시사한 듯한 언급이다. 김 부부장은 “괴뢰군깡패들이 우리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대기권 재돌입에 대해 인정받지 못했다느니, 검증되지 않았다느니 물고 늘어져왔는데, 만약 대기권 재돌입 기술이 미흡했다면 조종전투부의 원격자료를 탄착순간까지 받을 수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고각발사만으로는 입증할 수 없고, 실제각도로 쏴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 전략무기능력을 폄훼해보자고 접어들 게 뻔할 것 같아 보인다”며 “해서 하는 말인데, 곧 해보면 될 일이고 곧 보면 알게 될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말대로라면 머지 않은 장래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정상각도로 쏘는 시험을 하겠다는 ‘예고’다. 북쪽은 지금껏 관련국의 반발 등을 의식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늘 고각발사했을 뿐 정상각도로 쏜 적은 없다.
이런 사정 탓에 북쪽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쪽이 아직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합동참모본부 김준락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정상각도로 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북쪽의 18일 발사가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 “강력히 규탄한다”는 19일 통일부 대변인 발표에 대해서도 “괴뢰 통일부 것들의 악담질”이라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여지껏 지긋지긋 맛본 제재 따위가 뭐가 두려워 갈 길을 멈추겠는가”라며 “필요하다면 목숨까지 내대서라도 우리의 응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되찾을 것임을 명백히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사위성개발 문제는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 국가의 안전과 직결된 초미의 선결과업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통일부 것들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며 “이미 말했지만 그 형편없는 ‘담대한 계획’인지 뭔지 하는 것을 붙들고 앉아 황당한 망상만 하고 있을 대신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여 격하게 번져져가는 작금의 사태를 안정시킬 생각에 전념하는 것이 더 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이 국방부를 “괴뢰군깡패들”이라고 비난하는 등 막말 가득한 장문의 담화에서 유독 통일부를 향해선 최근의 남북 관계를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여 격하게 번져져가는 작금의 사태”라 규정하며 “사태를 안정시킬 생각에 전념하는 게 더 이로울 것”이라고 짚은 사실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김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북한도 오늘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서 사태 안정을 언급했듯이, 지금의 긴장 고조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길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기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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