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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독립운동 대부’ 최재형 선생 부부 103년 만의 ‘해후’

등록 2023-08-01 19:21수정 2023-08-01 19:51

키르기스스탄 공동묘지에 묻힌 부인 최 엘레나 여사 유해 7일 봉환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한 최재형(왼쪽) 선생, 최 엘레나 여사 사진. 국가보훈부 제공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한 최재형(왼쪽) 선생, 최 엘레나 여사 사진. 국가보훈부 제공

일제강점기 ‘러시아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로 불린 최재형 선생과 부인 최 엘레나 여사의 넋이 최 선생 순국 103년 만에 고국에서 만난다.

국가보훈부는 1일 “최재형 선생의 순국 장소로 추정되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흙과 70여년간 키르기스스탄 공동묘지에 묻혀 있던 부인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를 모셔 와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합장하겠다”고 밝혔다.

연해주 동포들은 최재형 선생을 페치카(난로)라고 불렀다. 이국 땅에서 형편이 어려운 동포에게 난로처럼 따뜻했기 때문이다.

최 선생은 1860년 함경북도 최북단 경원에서 태어났다. 최 선생 아버지는 노비였고 어머니는 기생이었다. 1869년 7월 큰 흉년이 닥치자, 최 선생 가족은 두만강을 건너 연해주로 이주했다.

10대 때 6년 동안 러시아 상선을 타고 세상을 돌며 새로운 문물을 두루 익히고 연해주로 돌아온 최 선생은 러시아 사람들과 같은 일을 하고도 훨씬 적은 임금을 받았던 억울한 동포들을 도왔다. 최 선생은 군납 회사를 차려 큰돈을 벌었다. 그는 러시아 한인 마을에 소학교 32개를 세워 동포 교육에 나서고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군자금을 대어 항일의병투쟁을 전개했고, 상하이임시정부 재무총장에도 발탁됐다. 그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1879~1910) 의사 의거도 도왔다.

연해주에서 최 선생과 함께 활동했던 조선 왕족 출신 한 독립운동가는 최 선생을 노비의 아들이라고 무시했지만, 그는 모든 재산을 바쳐 독립운동에 나섰다. 아무것도 해준 것 없는 조국이지만, 최 선생은 ‘국가에 대한 책임은 사람이 생겨날 때 두 어깨에 메고 나는 것’이라고 여겼다.

일본군이 1920년 4월4, 5일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등 동포들이 사는 지역을 습격했다. 당시 우수리스크에서 머물던 최 선생은 일본군에 붙잡혀 4월7일 순국했다.

부인 최 엘레나 페트로브나 여사는 1897년 최재형 선생과 결혼해 자녀 8명을 낳았고, 안중근 의사 순국 이후 유족을 보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여사는 최재형 선생 순국 이후에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다 1952년 사망해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지난 7월25일 러시아 우수리스크에 있는 최재형 기념관에서 김 니콜라이(오른쪽) 우수리스크 고려인민족문화자치회장이 합장묘에 넣을 흙을 채취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총영사관 제공
지난 7월25일 러시아 우수리스크에 있는 최재형 기념관에서 김 니콜라이(오른쪽) 우수리스크 고려인민족문화자치회장이 합장묘에 넣을 흙을 채취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총영사관 제공

보훈부는 현지에서 유해 수습 등 준비 절차를 시작했고, 오는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최 여사의 유해를 국내로 모실 예정이다. 최 여사의 유해를 국내로 모시는 데는 최재형기념사업회의 국민 모금 운동과 엘지유플러스의 후원 등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큰 도움이 됐다.

보훈부는 최재형 선생이 순국한 장소로 추정되는 우수리스크의 최재형 선생 기념관(옛 최재형 선생 고택) 뒤 언덕에서 채취한 흙을 오는 11일 국내로 들여와 두 분을 국립묘지에 안장할 계획이다.

오는 12~13일 서울현충원 현충관에 국민추모공간을 마련하고, 광복절 전날인 14일 “백 년만의 해후, 꿈에 그리던 조국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부부 합장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최재형 선생의 묘는 1970년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108번에 조성됐으나, 이른바 '가짜 유족 사건'으로 멸실돼 현재 해당 묘역은 빈터로 남아있다. 정부는 1962년 최 지사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으며, 최 지사 후손의 요청에 따라 1970년 서울 현충원에 유해없이 가묘를 건립했다.

1990년 한국과 옛소련이 수교한 이후 최 선생의 유족이 고국을 방문하면서 최 지사의 후손을 자처했던 사람이 유족연금을 노린 가짜 후손이었음이 드러났다. 이후 서울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 있던 최 지사의 가묘는 2006~2009년 사이 멸실됐으나 실제 유족들은 통보도 받지 못했다.

이후 진짜 유족들은 멸실된 묘의 복원을 희망했으나, 최 선생이 1920년 4월 순국한 이후 현재까지 유해를 찾을 수 없어 유골이나 주검을 안장하도록 규정한 국립묘지법에 따라 묘를 복원할 수 없었다.

보훈부는 유골이나 주검이 없는 순국선열의 위패와 배우자의 유골을 함께 묘에 합장할 수 있도록 올해 1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지난달 18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됐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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