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22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은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22일 광주시의 ‘정율성 역사 공원’ 조성사업에 대해 “공산당 나팔수의 기념 공원을 짓겠다는 건가”라며 비난했다.
박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에서 “광주시에는 기억해야하고 기념해야 할 영웅들이 많다”며 이처럼 밝혔다.
박 장관은 “군산고 등 6·25때 가장 많은 학도병을 배출한 학교가 있는 곳도 바로 호남”이라며 “참 자랑스러운 호남의 역사고, 호남의 정신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어 “그(정율성)가 만든 군가를 부르며 몰려왔던 적에게 죽임을 당한 수많은 이들의 피가 아직 식지 않은 대한민국”이라며 “정 그렇게 기념하고 싶으시면, 민간모금을 하든, 민간투자를 받든 국민의 혈세는 손대지 마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 장관은 페이스북에 “북한의 애국열사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인가”라며 광주시에 공원 조성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그는 “(정율성은) 6·25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위문공연단을 조직해 중공군을 위로한 사람”이라며 “중국으로 귀화해 중국 공산당을 위한 작품을 쓰며 중국인으로 생애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이에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광주는 정율성 역사공원에 투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박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영웅시하지도, 폄훼하지도 않는다”며 “뛰어난 음악가로서의 그의 업적 덕분에 광주에는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온다. 광주는 정율성 선생을 광주의 역사 문화자원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시장은 “정율성 선생은 시진핑 주석이 한중우호에 기여한 인물로 김구 선생과 함께 꼽은 인물”이라며 “나와 다른 모두에 등을 돌리는 적대의 정치는 이제 그만하시고 다른 것, 다양한 것, 새로운 것을 반기는 ‘우정의 정치’를 시작하시죠”라고 말했다.
1914년 혹은 1918년생으로 알려진 정율성은 광주 출신으로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등을 공부한 후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했다. 광복 후 북한으로 귀국했지만 6·25 전쟁 중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중국 인민군의 일원으로 돌아와 전선 위문 활동을 펼쳤다. 정전 이후 북한에 정착했다가 1956년 김일성이 연안파를 숙청하자 중국으로 귀화했고 1976년 사망했다. 광주시는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일대에 ‘정율성 역사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총 48억원을 들여 올해 연말까지 공원 조성을 완료할 방침이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