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 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향해 출발했다는 소식이 나온 가운데 도착지로 점쳐지는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역을 11일(현지시각) 촬영한 모습.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전용열차 ‘태양호’가 러시아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열차에 관심이 쏠린다.
김일성 북한 주석이 1965년 인도네시아 반둥을 항공기로 방문한 것을 빼면, 김 주석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외국을 방문할 때 늘 기차를 이용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018년 5월 중국 다롄 북-중 정상회담을 빼면 모두 기차로 외국을 찾았다.
북한 지도자들이 기차를 택한 이유로는 비행하는 동안 위치가 100% 노출되는 항공기에 견줘 안전한 점이 꼽힌다. 전용열차 7분 거리 앞쪽에는 시운전용 선도 기관차가 달려, 장애물과 위험물을 제거한다. 김정은 위원장 전용칸 바닥에는 방탄용 철판이 깔려 있다고 한다.
러시아는 전용열차가 통과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 노선을 특별 관리하고, 전용열차가 정차하는 모든 역과 주변 시설에는 수십명의 저격수를 배치한다.
전용열차가 북한 국내를 다닐 때는 8~9량, 외국 방문 때는 12~20량으로 꾸려진다. 각 객차는 5개의 1인용 침실로 나누어져 객차 내 생활이 편하다. 위성통신 장비가 있고 객차마다 컴퓨터가 통신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이 열차는 연회실, 회의실, 자동차 차고도 갖추고 있다.
2001년 7·8월 러시아 방문 때 평양과 모스크바를 24일 동안 오간 김정일 위원장은 기차를 이용한 이유를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밟았던 길을 따라 러시아 땅을 밟아야 한다. 선친의 계승자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그를 수행했던 러시아연방의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인 콘스탄틴 풀리콥스키가 전한 바 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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