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인빅터스 게임 2023’에 우크라이나 선수단으로 참가한 타이라(본명 율리야 파예우스카)가 지난 16일(현지시각) 오후 대회 폐회식 직전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의료진으로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던 타이라는 지난해 3월 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혔다가 같은 해 6월 석방됐다. 뒤셀도르프(독일)/ 국가보훈부공동취재단
‘타이라’(본명 율리야 파예우스카·54)는 지난 16일(현지시각)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막을 내린 세계 상이군인 체육대회 ‘인빅터스 게임 2023’에 우크라이나 선수로 참가했다. 그는 지난해 3월 러시아와의 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로 잡히면서, 출전이 예정돼있던 지난해 네덜란드 인빅터스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인빅터스 게임이란 상해와 장애를 입은 군인들의 국제 체육대회다. 타이라는 지난해 대회 기간 동료들이 전세계 언론을 대상으로 석방 운동을 벌인 끝에 그해 6월 풀려나 올해 독일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이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인빅터스 게임: 꺾이지 않는 심장’에 상세히 담기기도 했다.
2018년부터 2년 동안 우크라이나 육군 의무병으로 마리우폴 병원에서 복무한 타이라는 전역 후 인빅터스 게임 참가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던 중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자 전장에서 부상자를 돌봤다. 다큐멘터리에 들어갈 훈련 장면 촬영을 위해 인빅터스 재단에서 받은 보디캠은 전장의 비극적 순간을 담는 데 활용됐다. 약 2주간 촬영된 256 기가바이트 분량 영상은 그가 러시아 군에 잡히기 전날 에이피(AP)기자에게 전달돼 세상에 공개됐다. 그의 본명은 율리야 파예우스카인데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속 강인한 전사 아이디 ‘타이라’로 더 유명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과거 한국전쟁 때 북한이 한국을 침공한 것과 비슷하다. 러시아의 배신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인들이 우크라이나 상황을 더 잘 이해할 것이라고 본다. 전쟁 후 한국인이 얼마나 강한 민족인지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한국을 재건 모델로 여긴다.”
―한국에서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지뢰 탐지기·제거기를 포함해 지원을 늘려가는 움직임도 보인다.
“알고 있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엄청난 양의 지뢰가 뿌려져있다. 지뢰 탐지기·제거기는 전쟁 후 재건 과정에서 더 필요할 것이다. 전자제품을 잘 만드는 한국으로부터 통신 장비와 드론 등도 지원 받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강인함의 원천은 무엇으로 생각하는가.
“두 가지다. 경험에서 강함이 나온다. 또 나 자신이 우크라이나 사람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인데, 이를 매우 중요한 미션으로 여기고 있다. 전쟁이 끝나고 언젠가 우크라이나가 인빅터스 게임을 개최할 때 조직위원회에서 일하기를 꿈꾼다. 전쟁 포로를 구출하는 데 기여하고 싶고, 스포츠를 통한 재활 사업에도 참여하고 싶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뒤셀도르프(독일)/ 국가보훈부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