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송영길(왼쪽) 최고위원, 원혜영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정부 공안통치 위해 조작·과대포장 했을수도”
당내 대책위 발족 ‘의문점·조사방법’ 논의키로
당내 대책위 발족 ‘의문점·조사방법’ 논의키로
민주당이 ‘탈북자 위장간첩 원정화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 브리핑에서 “원정화 사건은 민주당에서 별도의 진상조사 작업에 착수해 사건의 진위를 가리는 데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며 “(원정화의) 간첩 혐의가 분명하다면 응당 처벌받아야겠지만, 정부의 공안통치용으로 조작되거나 부풀려졌다면 공안통치 종식을 위해서 철퇴를 내려야 할 사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3일께 율사 출신 의원 등을 중심으로 ‘공안정국분쇄대책위원회’(가칭)를 발족시켜 이 사건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문점을 짚어보고, 구체적인 조사 방법도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국정조사 추진 여부는 물론 의문의 핵심인 원정화와 관련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접견 여부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이미 간첩사건으로 분류돼 정면대응하기에 껄끄러울 수 있는데도, 민주당이 이 사건의 진상 규명에 팔을 걷어붙인 까닭은 ‘이명박식 공안통치’를 위해 사건이 과대포장됐다는 의심 때문이다. 민주당은 원정화 사건이 발표되자마자 군 수뇌부 대책회의가 열린 사실로 미루어 뭔가 사전에 짜여진 각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정부와 일부 수사기관이 국민들의 해묵은 ‘적색공포’를 자극하기 위해 이 사건을 침소봉대했다고 보고, 공세적 문제제기를 통해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최재성 대변인은 “(이 사건의) 과정이 여러 모로 석연치 않다”며 그 근거로 몇 가지 의문점을 꼽았다. 첫째는 주범이라는 원정화 자신의 진술 이외에 간첩사건임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에서 3년에 걸친 내사 끝에 이 사건을 파헤쳤다지만, 정작 그의 활동을 뒷받침할 증거는 본인의 진술 이외에 이렇다 할 것이 없다. 최 대변인은 “원정화의 진술에 거의 100% 의존하고 있는데, 그 진술 내용이 북한실정에 전혀 맞지 않는 그런 내용”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판결을 통해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하”고, “보강증거가 없이 피고인의 자백만을 근거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위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사기관들이 지금까지 발표한 것 이상의 증거를 법정에 제출하지 못한다면 공소유지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민주당은 수사기관이 이렇게 허술한 수사결과를 내놓은 데는 발표할 때만 떠들썩한 언론의 속성을 최대한 활용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고 본다.
민주당이 지적하는 또 다른 문제는 ‘이중스파이’라는 원정화가 탐지했다는 정보가 너무 보잘 것 없다는 점이다. 최 대변인은 “원정화가 북한에 주었다는 정보는 인터넷에서 검색 가능한 정보가 거의 대부분”이라며 수사기관의 발표 자체에 의문을 나타냈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원정화가 문제가 된다면 ‘구글어스’를 통해 우리 군사기밀을 속속들이 보여주고 있는 구글은 왜 문제 삼지 않는거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또 정부의 종교 편향을 규탄하는 범불교도대회가 열린 8월27일에 맞춰 수사기관이 ‘맞불’을 놓았다는 의심도 하고 있다. 3년간 내사해온 사건을 왜 하필 범불교대회가 예정된 날 발표했는지, 수사 주무기관이 수원지검임에도 사건 발표를 왜 서울에서 한 것인지 등이 모두 민주당의 진상조사 대상이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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