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여전히 꼬리 무는 의혹
의문 ① “21:22 사고→21:33 구조요청”…11분간 왜 지연?
의문 ② 남기훈상사 하의 왜 내복차림인가 천안함 침몰 전후 천안함 내부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달 26일 밤 9시30분으로 사고 발생 시각을 발표했던 군은 지난 1일 발생 시각을 9시22분으로 정정했다. 실종된 차균석(21) 하사가 9시16분까지 친구와 문자를 나누다 교신이 끊긴 사실(<한겨레> 3월30일치 1면) 등이 알려지고, 열상감시장비(TOD) 기록과 지진파 발생 시각 등이 공개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렇다고 꼬리를 무는 의혹이 해소된 건 아니다. 각 시간대별 혼선에 대해 군은 ‘전파 과정에서 오타를 내거나 실수를 했다’고 해명하지만, 군에서 벌어졌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실수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 발생(22분)에서 구조요청(33분)까지 11분 동안 무엇을 했나? 군당국의 설명대로 사고 발생 시각을 밤 9시22분이라고 쳐도, 해군 2함대가 해경에 사고 사실을 알리고 구조를 요청한 시각은 11분 뒤인 9시33분이다. 그렇게 급박한 상황에서 왜 11분씩이나 구조 요청이 지연됐을까. 이와 관련해 해경 관계자는 “사고 발생시 위성을 통한 문자 전송망을 쓰거나, 통신망 두절시 함장 휴대전화를 사용해 해군 2함대 사령부에 상황보고를 하면 해군과 해경 사이에 설치된 핫라인으로 통보되는데 3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 11분 사이에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게 아니라면, 군당국은 이 시간대에 벌어진 일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여지껏 군당국은 이 부분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반면 사고의 핵심 책임자인 최원일 천안함 함장은 오히려 의혹만 키웠다. 지난달 27일 최 함장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밤 9시25분께 당직 점검하고 작계 검토중이었는데, 이후 5분 정도 갇혀 있다가 망치로 문을 깨줘서 올라와 보니 함정의 반쪽은 이미 없어졌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시각이 처음과 같이 9시30분이었다면 이해가 되는 해명이지만, 9시22분으로 정정된 만큼 정확한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 15분~22분 사이, 의문의 7분 군당국은 사고 발생 시각인 9시22분 이전에는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밤 9시19분에 천안함이 2함대 사령부와 아주 편안하게 일상적인 교신을 한 기록이 있다”고 강조했다. 군은 또 “이날 밤 9시20분에 한 실종자 어머니의 통화 사실 있다”며 9시22분 이전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차단하려 애썼다. 하지만 해당 당사자는 <문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9시22분 이전에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갑자기 ‘꽝’ 하고 터졌는데, ‘물이 새고 있다’거나 ‘좌초됐다’는 표현으로 해경에 신고를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고 발생 직후 군은 실종자 가족 임시 숙소에 실종자 위치표를 내걸었는데, 이는 생존자 증언 등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생존자 다수가 작전부와 포갑부 소속이고, 실종자 대부분이 사고 처리를 담당하는 보수·내연·기관·내기·외기 등 초계정내 이른바 ‘기관 파트’ 소속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갑자기 발생한 사고였다면 생존자들이 이런 위치도를 그려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주검으로 발견된 남기훈(36) 상사가 상의 전투복과 하의 내복을 착용하고 있었던 점도 관심 대상이다. 내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긴급 상황이 아니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다른 해석도 있다. 해군 초계정에서 오래 근무했던 김아무개 전 중사는 “위급시 탈출 훈련을 하는데, 보통 바지를 벗어 양쪽 끝을 묶은 뒤 바람을 넣고 임시 튜브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남 상사의 복장이 오히려 긴급 상황의 증거일 수 있다는 얘기다. 평택/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