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천안함 희생장병 추모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희생 장병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다 눈물을 닦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천안함 함미 인양 이후] 이대통령 “국방개혁” 발언
라디오·인터넷 연설 도중 천안함 희생장병 모두 호명
‘예산 떼쓰지 말고 군 기강 잡으라’ 국방개혁 메시지
라디오·인터넷 연설 도중 천안함 희생장병 모두 호명
‘예산 떼쓰지 말고 군 기강 잡으라’ 국방개혁 메시지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 19일 처음으로 안보태세 재정비와 국방개혁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날 오전 라디오·인터넷 연설과 오후 외교안보자문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이후 군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자제해왔다. 사건 직후에는 “해군의 초동 대응은 잘 됐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링스헬기 추락과 사병 총기 사고 등 군 기강과 관련된 사건들이 더해지면서 군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안감이 증폭되자, 이 대통령도 서서히 칼집을 매만지는 모양새다. 전날 저녁 여권이 당·정·청 회의를 열어 국가안보태세를 재확립하고 위기관리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9일 “천안함 사고 직후 초동 보고나 헬기 추락 등에 대해 국민의 따가운 비판이 있다는 것을 이 대통령도 알고 있다”며 “그에 대해 개혁과 개선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이 대통령 발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른 핵심 참모는 “천안함 사건은 군이 스스로를 보호·방어하는 데 실패해 피해를 입은 것”이라며 “군의 허점이 드러났고,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문제점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군 개혁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우선 거론되는 것은 보고 체계와 위기대응의 문제다. 이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요청으로 감사원이 직무감찰을 실시할 예정이어서 대대적 보완이 이뤄질 전망이다.
청와대와 군 사이에 긴장감을 이루는 대목은 인사와 예산 문제다. 천안함 사고가 수습된 뒤에는 군 지휘부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청와대와 군 내부의 공통적인 관측이다. 특히 군 내부에는 이 대통령이 군을 불신한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해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이상우 전 한림대 총장)과 국방부 국방개혁실장(홍규덕 숙명여대 교수) 등 국방 관련 요직에 민간인을 기용했다. 또 최근에는 천안함 사고 민·군 합동조사단장에 민간인(윤덕용 KAIST 교수)을 위촉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군인들로만 이뤄진 폐쇄적인 구조에 미국 등 외국처럼 민간인들을 많이 채워넣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군 수뇌부를 비롯한 핵심 보직에 민간인 기용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방 예산 문제도 이 대통령의 관심사다. “강한 군대는 강한 무기뿐만 아니라 강한 정신력에서 오는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군에서는 ‘무기 예산만 늘려달라고 떼쓰지 말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무기와 장비가 좋다고 강군이 되는 게 아니다. 정신 상태가 흐트러져 있으면 아무리 좋은 무기가 있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군 기강을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직 군 개혁 문제를 전면화할 단계는 아니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선은 천안함 희생자 추모와 사고 수습, 원인 규명에 주력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방 개혁은 역대 대통령들도 군 기득권에 부닥쳐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며 “철저한 준비와 시점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준범 권혁철 기자 jaybee@hani.co.kr
황준범 권혁철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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