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지휘체계
육군 중심 ‘무늬만’ 합동군
경계·정보·대응 ‘우왕좌왕’
경계·정보·대응 ‘우왕좌왕’
3군 각개약진 합참지휘 무력화
전작권 전환 연기 등 대책 ‘부적절’
“한국군 합동 운용능력 강화 우선” 천안함 침몰 사고가 일어나자 군은 처음엔 허둥댔고 나중엔 뭉그적거렸다. 먼저 천안함 사고는 원인이 무엇이든 명백한 경계의 실패에서 비롯했다. 특히 보수 진영의 주장처럼 만약 이번 사고가 북한의 공격에 따른 것이라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경계의 실패는 더 심각한 문제다. 육군대학 교재인 <지상작전>은 “경계의 원칙에서 최대로 강조되는 것은 적으로부터 기습을 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보의 실패도 두드러졌다. 사고 전 천안함은 적대세력 잠수함정 출현이나 기뢰 등 위험요소에 대한 사전 정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뒤 인간어뢰 공격 등 온갖 설이 난무했지만, 국방부는 북쪽 잠수함·잠수정의 야간 작전과 정밀타격능력 등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정보와 평가를 내놓지 못했다. 군의 이런 허술한 대응의 배경엔 무늬만 합동군이고 실제로는 육군-해군-공군이 각개약진하는 한국군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군 안팎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육해공군의 평시 군사작전지휘권(군령권)은 합참의장이 갖고 있다. 각군 참모총장은 인사·군수 등 군정권을 쥐고 있을 뿐 작전에 대한 권한이 없다. 하지만 각 군은 인사권을 쥔 참모총장 중심으로 움직인다. 지난달 12일 천안함 함미 선체를 수심이 얕은 곳으로 옮길 때 현장 구조작전 책임자가 이상의 합참의장보다 김성찬 해군총장에게 2시간 먼저 보고해 승인받은 건 숱한 사례의 하나에 불과하다. 구조작전에 필수인 해군 구조함과 기뢰탐색함이 사고 발생 2~3일째에야 현장에 도착한 것도 육군 위주인 합참 구조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천안함 구조 작전을 지휘한 합참 합동작전본부 예하 참모부장(소장급) 7명 가운데 해군은 1명도 없다. 군 소식통은 2일 “합참 지휘부가 해상작전 경험·지식이 없다 보니 초기 대응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 뒤 보수진영에서 대책으로 제기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일정 연기, 재래식 전력과 비정규전 능력 강화 등도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19일 이명박 대통령과 외교안보자문단 간담회 때 일부 참석자들은 “군이 추진하는 전력증강 우선순위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전작권 전환의 재검토 필요성이 커졌다”고 주문했다. 전력증강의 우선순위 재검토와 관련해선 해군의 임무를 연·근해 방어 위주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연안해군 복귀’ 주장에 대해선 군 내부에서도 한국군의 국방력과 잠재력을 손상시키는 전략적 오류를 자초하는 것이라는 반론이 상당하다.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최근 누리집에 올린 글에서 “1980년대부터 본격 시작된 율곡사업 등 전력증강에 따라 남북간의 재래식 군비경쟁은 이미 끝난 상황이라는 것이 객관적 평가”라며 “중요한 문제는 하드웨어 측면이 아니라 군의 기강·훈련·지휘·작전통제 등 운용능력”이라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 시기 연기’ 주장에 대해,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월간 <디앤디포커스> 편집장은 “미군이 전작권을 갖고 있는데도 왜 천안함 침몰사고가 일어났고 한국군의 대응이 지리멸렬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한국군의 합동성을 강화하고 지휘·통제·통신·정보·감시·정찰 등 운용능력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혁철 황준범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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