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공식 환영행사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행사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미국과 사전협의 확인…정부 ‘북 변론 기회만 줄라’ 신중
원자바오 “국제 공동조사 결과따라 누구도 비호 않겠다”
원자바오 “국제 공동조사 결과따라 누구도 비호 않겠다”
천안함 사태로 남북이 출구 없는 대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를 하자’는 내용을 뼈대로 한 새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외교소식통은 28일 “중국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주한 유엔군사령부(유엔사)와 중국, 북한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를 실시하자고 미국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중국은 지난주쯤 뉴욕 유엔대표부 채널을 통해 이런 제안을 했다”며 “그동안 기능을 상실했던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를 열어 공동조사를 하자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24~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중국 쪽의 이런 중재안에 대한 조율을 마친 뒤, 유엔사의 천안함 사건 특별조사팀을 통해 26일 한국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유엔사 특별조사팀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정위 복귀를 요청하겠다고 한국 쪽에 알려왔으며, 조선인민군(북한군)의 ‘공동감시소조 파견’도 북쪽에 요청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와 함께 유엔사 특별조사팀은 ‘대화를 통한 천안함 사태의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사는 지난 22일 천안함 침몰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조사팀’을 구성한 바 있다.
중국의 이런 새 중재안은 지난 20일 북한의 ‘국방위원회 검열단(조사단) 파견’ 제안을 한국이 거부한 사실을 고려한 새 절충안인 것으로 보여, 현실화할 경우 천안함 사태가 새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제안에 대해 한국 정부는 아직 공식 방침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북한에 변명할 기회만 줄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태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회담에서 천안함 침몰사태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국제적인 조사와 이에 대한 각국의 반응을 중시하며 사태의 시시비비를 가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해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또 “중국은 그 결과에 따라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원 총리의 이런 발언은 중국이 제안한 ‘남·북·미·중 등 국제 공동조사’ 제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북한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번만큼은 북한이 잘못을 인정하도록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원 총리는 국회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사태악화와 충돌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각국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며 “한반도에서 충돌이 생기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쪽은 한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이용인 권혁철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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