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작권 2015년 전환·FTA 재논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오전(한국시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던 중 회담 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토론토/김봉규 기자 [e-mail]

정상회담서 합의…전작권 3년7개월 연기
자유무역협정 11월까지 실무협의 하기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캐나다 토론토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오는 2012년 4월17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1일로 늦추기로 합의했다. 현재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이 갖고 있는 전작권을 대한민국 합동참모의장에게 가져오는 시기를 애초 계획보다 3년7개월여 미룬 것이다.

두 정상은 또 체결 뒤 각국 의회 비준이 남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오는 11월까지 실무협의를 해나가기로 했다고 회담에 배석한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전했다. 이는 미국의 이해가 걸린 자동차와 쇠고기 등의 분야에서 기존의 협정 내용이 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실상 재협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토론토의 한 호텔에서 열린 회담 뒤 언론발표에서 “2015년 말까지 전작권 이양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께서 수락해주신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태평양 전체에 있어서 안보가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전작권 전환 연기는 매우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기자 브리핑에서 △우리 군의 정보획득, 전술지휘통신체계, 자체 정밀타격 능력 준비 상황 △2015년 지상군 사령부 설치 계획 △2015년 용산 주한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 완료 등의 조건을 고려해 전작권 전환 시점을 2015년 12월1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2012년에는 한국·미국·중국·러시아의 지도자 임기가 끝나고, 북한이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한 점 등 주변정세 불안도 고려했다고 김 수석은 덧붙였다.

두 정상은 새로운 전환 시점에 맞춰 실무작업을 진행하도록 양국 국방장관에게 지시했으며, 이에 따라 7월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과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등에서 구체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에서 “협정이 미 의회에서 통과하기 위해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실무작업을 하라고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하고 왔다”며 “앞으로 무역대표부와 한국의 협상가가 모여서 협정을 의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11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할 때 실무작업이 마무리되면 그로부터 수개월 안에 협정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무작업과 관련해 “재협상(renegotiation)이 아니라 조정(adjustment)”이라고 말했다고 배석했던 김종훈 본부장이 전했다.

그러나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결국 자동차나 쇠고기 등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협정문을 고치지 않더라도 사이드레터(부속서한)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재협상을 하는 것을 ‘조정’이라고 말장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토/황준범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