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잠함 사고 규명 14개월…천안함은 2개월
2000년 8월 12일 북해 바렌츠 해에서 침몰한 러시아의 핵 잠수함 쿠르스크호의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데는 1년 2개월이 걸렸다. 천안함은 침몰한 3월26일부터 시작해 조사결과를 발표한 5월20일까지 채 두달이 걸리지 않았다. 이처럼 초단기간에 조사 결과를 발표하려다 보니, 발표 뒤 조사 결과에 구멍이 발견되고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천안함 진실’을 둘러싼 논란으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국회 차원의 제대로 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통일학부)는 2일 “천안함 조사결과는 국익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인데도 정부는 조사 결과를 여러차례 번복했다”며 “지금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논란, 쟁점 등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걸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시 행정부는 대량파괴무기(WMD) 존재를 근거로 이라크를 공격했으나, 미국 의회는 광범하고도 오랜 조사를 벌여 이라크에 대량파괴무기가 없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국회 차원의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다. 4월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천안함 특위 구성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두차례 회의만 열고 6월27일로 시한이 종료됐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비협조 등으로 특위는 천안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전혀 기여를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5일이나 6일쯤 다시 자료 제출의 강제성 등이 있는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여러차례 일관되게 국정조사를 요구해 왔으나, 한나라당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와 함께 천안함 사건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북한과 핵심 이해관계자인 중국이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를 수긍하거나 검증할 수 있도록 어떤 형식이든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이 참여하는 ‘4자 국제공동조사단’도 그런 방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천안함 후유증이 이명박 정부 이후에도 남북관계와 동북아시아 정세에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인 고나무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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