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면 진촌동에 위치한 백령면 사무소.
관광객 줄어든 백령도 현지 르포…“천안함은 장기전 될 것” 한숨만
주민들, ‘좌초설’ 얘기했다 곤욕 치러…천안함 질문에 고개 절래절래
주민들, ‘좌초설’ 얘기했다 곤욕 치러…천안함 질문에 고개 절래절래
“백령도는 4월에서 11월까지가 성수기인데, 천안함 사건이후 손님이 없습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힘들죠(백령도 진촌리 백령낚시 주인).”
백령도는 신음하고 있었다. 천안함 사건 100일째가 되는 7월3일 백령도는 ‘천안함 몸살’을 심하게 겪고 있었다. 지난 3월26일 천안함이 침몰된 뒤, 이어진 수색작업으로 백령도의 주요 산물인 까나리잡이는 최적기를 놓쳤고, 지난 6·2 이어진 전쟁분위기 조성으로 관광객은 격감했다. 주민들은 천안함에 대해 물어보면 “그 얘기는 하지 말자”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을주민이 ‘좌초설’을 주장했다가 여러 가지 고초를 치른 기억이 생생한 것도, 주민들이 입을 닫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9일부터 5일 동안 진행된 백령도 취재는 이렇게 천안함이 남겨준 아픈 상처를 곳곳에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주민들이 제일 피부로 느끼는 것은 관광객의 감소였다. 백령낚시 주인 아주머니의 푸념은 한숨으로 이어졌다. “왜 여기서 그 사고가 나서 이렇게 장사도 안되게 하는지 모르겠어요.지난해에 비해 가게를 찾아오는 낚시꾼들이 20~30% 정도 밖에 안돼요.”
천안함 아픈 상처 섬 곳곳에
진촌리에서 30년동안 모텔과 민박, 낚시 관광 사업을 하는 ‘미광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주인 손정서(57)씨는 굳어진 표정으로 “가게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고 한탄을 한다. “물때가 되면 5~6건 정도 배낚시 손님을 받지만, 요즘은 한 건도 못했다”는 것이다.
손씨는 연평해전 때와 비교하면서, 그때는 단기전이라면 현재는 장기전이라고 지적한다. 당시는 며칠 잠시 손님이 끊긴 뒤 회복됐지만, 천안함 사고 이후부터는 손님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그는 “7~8월이 휴가철인데 사람들이 안들어 올 것 같아 그게 걱정”이라고 했다.
백령여행사 이우미 실장(38)은 목소리가 다소 격앙됐다. “4월에 2~3천명 정도 예약 손님이 있었는데, 천안함 사고 터지자 모두 취소됐어요. 대부분 예약자들이 ‘미안하다, 무서워서 못가겠다’고 합니다.” 백령여행사는 7~8월에는 보통 5천명 정도 예약을 받지만, 올해 7월 예약은 지난해에 비해 10분의1 수준도 안된다고 한다. “손님이 아예 없어지니 황당하더라구요. 이런 일만 있으면 피해를 보는거죠. 그러니까 화가 나요.” 손님이 없는 요즘에는 직원들 월급주기도 빠듯하다고 한다.
연평해전은 단기전, 천안함은 장기전
백령도에서 나는 특산물을 파는 백령토산품 가게를 운영하는 이남호(55)씨는 관광객 격감 이유에 대해 “관광 분위기가 나겠느냐”고 되묻는다. “그 젊은 사람들이 죽었으니 여기 오는 사람들도 놀러다니고 그러고 싶겠어.” 토산품 매장은 천안함 사고가 나기 전에는 연 3억 정도 매출을 올렸다. 올해 들어서는 매출이 너무 줄었다고 한다. “여행객들이 사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육지에 택배 주문하면 조금씩 보내고 하지. 6월에는 여행객들 발길이 거의 끊겼어. 그나마 주말에 군인들 면회객들이 왔다 가는 정도지 뭐.”
백령도에서 유일하게 횟집이 모여 있는 두무진 포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포구에는 15개의 횟집이 포구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지난 7월2일 이곳을 방문했을 때 횟집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꽃게를 포장하고 있었다. 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손놀림이 바빠졌다. 박스로 포장한 꽃게는 여객선에 실어 육지로 보낸다. 두무진 항구에 정박해 있는 어선과 유람선이 한가로워 보인다.
유람선 기름값도 못빼
포구 끝쪽에 위치한 백령횟집 주인 아저씨는 “이전에는 장마철에 손님이 더 많이 들어왔다. 예전 이때쯤이면 800~1000명 정도 들어왔다”고 말했다.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을 때는 여객선이 하루에 두 번씩은 다녔다. 손님을 다 못 실어서 한 번 왔다가 다시 갔다가 사람들 실고 또 들어왔다는 것이다. 주인 아저씨는 “올해는 천안함 때문에 사람들이 아예 안들어 와서 장사도 안된다”고 하소연이다. 또 “어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유람선이 6척 있는데, 천안함 사고 이후 관광객이 없어 기름값도 못빼낸다”고 말했다. 청정횟집 서예순씨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수온이 낮아 그나마 꽃게도 잡히지 않는다”며 “이전 같으면 꽃게가 모자랄 판인데, 손님이 없어 이젠 꽃게가 남아돈다”고 한숨을 쉰다.
이렇게 천안함 사건 이후로 관광객이 줄어든 탓인지 두무진에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천안함 사고’에 대해 말하기를 꺼렸다. 그딴 것 묻지 말라고 타박하는 사람도 있고, 더이상 괴롭히지 말라고 쏘아붙이기도 한다. 파랑새횟집 주인 아주머니도 “천안함 얘기는 안 꺼냈으면 좋겠다”고 딱 잘라 말했다. 장산곶횟집 역시 “천안함 얘기는 안 꺼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사정을 알아보니 관광객 감소 탓만은 아니었다. 이 마을에 사는 이원배씨가 ‘천안함 암초 좌초설’을 제기해 한동안 시달림을 받았던 것도 적지 않게 작용한 듯하다.
어민들, 황금어기 놓쳐 발동동
천안함 사건을 떠올리고 쉽지 않아하는 것은 어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장촌 항구에 나가자 뱃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바다로 나가는 배도 있고, 이제 막 들어오는 배도 있었다. 항구 안쪽에는 선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선원들 대부분은 천안함에 대해 말문을 꾹 닫고, 말하기를 꺼려했다.
장촌 어민들이 천안함으로 입은 손실 또한 크다. 사고이후부터 조업을 못하다가 5월20일쯤부터 까나리 잡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는 수색 등으로 입어를 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조급해졌다. 까나리는 4월부터 5월까지가 제철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때문에 황금어기를 놓친 것이다.
남삼호 선장 장인호씨(58)는 특히 천안함 함수와 함미를 인양한 곳이 까나리 어장이라서 올해는 까나리를 지난해 절반밖에 못잡았다고 말했다. 그물을 다섯틀을 놓았는데, 300리터 통 기준으로 40통 정도 잡았다고 한다. 지난해 80통에 비해 절반 밖에 안된다. 1통에 22만여원에 판매됐으니 800여만원 정도 손해본 셈이다.
아침 일찍 조업을 나간 까나리잡이 배 용덕호가 장촌항으로 들어왔다. ‘까나리 잘 잡히냐’고 묻자 “속상하다”고 답했다. 방금 배에서 내린 장제현(30대 중반)씨의 푸념이 이어졌다. “천안함 때문에 작업을 많이 못했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물도 찢어지고….” 3명의 선원들이 바쁘게 광주리를 배에서 내렸다.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 중 한 선원이 “까나리 잡이는 이제 끝났다”고 중얼거렸다.
흑룡호 선장 김철수씨(61)는 “천안함 사고가 나고부터 4월과 5월에는 거의 작업을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푸념을 한바가지 쏟아낸다. “그렇다고 누가 알아줘. 대한민국에서 어민들 편에서 누가 알아줘야지 말이지. 징징 울어봐야 자기만 바보 되는 거지.” 그는 천안함 사고가 났지만, 전혀 불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서 태어나서 여기서 산 사람인데 뭐가 불안하나. 지금 세월이 얼마나 좋은데 두렵고 자시고….”
“TV 뉴스보면 전쟁 날것 같더라”
어촌인 장촌이건, 횟집이 모여 있는 두무진이건, 사람들은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언론 보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청정횟집 주인 유신상씨는 “여기서는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고 있는데, 언론에서 위기를 부추겼다. 지금 한창 사람들이 많이 올 시기인데 언론에서 자꾸 그러니 사람들이 더 안온다”고 6·2 지방선거 이전 전쟁분위기를 조성하던 언론들을 비판했다.
백령여행사 이우미 실장도 “위기를 조성하는 보도가 선거전까지 계속 이어졌다”며 “여행객 상대하는 사람들은 못마땅해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또 “위기감이 조성돼 피해본 사람들이 있는데, 책임 지는 사람은 없다”며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보상을 해줘야한다”고 말했다.
황토민박집 주인 고춘자(45)씨는 “TV 뉴스를 보면 꼭 전쟁이 날 것같은 위기감을 느낀다. 하지만 평소에는 아무런 느낌도 안든다. 위에서는 전쟁이 날지도 모르는데 우리만 아무것도 모르고 이러고 있는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혼란스러움을 전했다.
부두 보수 공사를 하러 백령도에 들어온 청암종합건설 정효용 과장은 “천안함 때문에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육지나 언론에서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어 그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같은 회사 포크레인 기사 이득균씨도 “여기서 천안함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된다”며 “백령도 사람들은 천안함에 대해 신경 안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 ‘관광객 넘치는 백령도’ 희망
백령도 주민들은 어서 천안함 문제가 종결되고 살기 좋은 백령도 모습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천안함 빠졌다고 통곡하고 그럴순 없죠. 이제는 시간이 좀 지났으니 군인들은 안됐지만, 생업에 종사해야죠. 우리도 우리 삶이 있는데.” 지난 3월29일 연화리 앞바다에서 천안함 함미 위치를 찾아낸 해덕호 선장 장세광(35)씨의 말이다.
손정서(57)씨도 “공기 좋고 물 좋고 살기 제일 좋다”며 “백령도를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또 “대포가 백령도에 떨어지면 서울에는 미사일이 떨어진다. 서울보다 백령도가 더 안전하다”고 말한다.
흑룡호 선장 김수철씨는 이렇게 말한다. “백령도가 위험하긴 개뿔 위험해. 여기가 위험하면 정부에서 그냥 놔둘것 같애. 정부에서 방책을 가지고 있겠지. 백령도 사람들 하나도 신경 안써 그런거.”
급조된 합조단 발표의 최대 피해자
다시 관광객이 넘쳐나는 살기 좋은 백령도를 되찾고자 하는 주민들의 바람은 언제나 이루어질까. 하지만, 천안함 사건 발생 100일째 뭍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선거용으로 급조해만든 합조단의 5월20일 발표에 대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전쟁분위기 조성 탓에 모든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지만, 백령도 주민들은 체감도는 다르다. 그들은 천안함을 아직도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백령도=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백령면 진촌리에서 30년동안 모텔과 민박, 낚시 관광을 알선하고 있는 미광사 주인 손정서(57)씨. 29일 오전 인근 군부대 병사들이 맡긴 군복을 손질하고 있다.
6월30일 백령면 연화리 두무진포구에 정박해 있는 어선과 유람선들.
백령면 연화리 두무진포구에 있는 횟집들 모습. 한 횟집 앞에서 주인이 꽃게를 다듬고 있다.
천안함이 두 동강 난 후 함수가 떠내려온 백령면 남포리 장촌 앞바다. 안개가 많이 끼는 날에는 한치 앞을 가늠하기가 힘들다.
백령면 남포리 장촌 항구. 까나리 잡이 배들이 항구에 정박해 있다.
백령면 남포리 장촌 항구. 선원들이 까나리를 잡는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천안함이 두 동강난 백령면 연화리 앞바다. 해안가에 초소가 보이고, TOD 영상 카메라도 희미하게 보인다.
지난 3월29일 연화리 앞바다에서 천안함 함미 위치를 찾아낸 해덕호 선장 장세광(35)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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