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리 어뢰 결론, 물기둥·어뢰파편 설명못해
원거리 폭발 적용하면 천안함 파손형태와 일치”
합조단 “9m 이상 거리땐 폭발력 발휘 못해”
원거리 폭발 적용하면 천안함 파손형태와 일치”
합조단 “9m 이상 거리땐 폭발력 발휘 못해”
서 교수는 합조단이 주장한 ‘근거리 어뢰폭발’(수심 7m, 티엔티 360㎏)의 경우, 버블 효과로 나타나는 80m 정도의 물기둥과 어뢰 파편들이 선체에 깊숙이 박히는 등의 현상이 일어나야 하지만, 합조단 시뮬레이션에서는 이를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합조단은 자신들의 결론과 상관없이, 티엔티 폭약 100㎏이 함정에서 20m 거리에서 폭발하는 경우도 실험했는데 이 경우 함체가 폭발 파도에 의해 들어올려졌다가 떨어지는 순간 선체가 손상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서 교수 등은 합조단이 실시한 ‘근거리 폭발’ 버블 시뮬레이션은 배 가운데의 가스터빈실이 있는 중앙 부분을 파단시켜 실제 천안함의 파손 형태와 전혀 다른 데 반해, ‘원거리 폭발’ 시뮬레이션을 적용할 경우 가스터빈실이 있는 중앙 부분이 떨어져 나가 배가 3등분돼 오히려 실제 파손 형태와 거의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박 연구원 등은 바다 바닥에 있던 기뢰가 스쿠루에 얽힌 그물에 의해 끌어올려졌다가 물리적 충돌에 따라 폭발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서 교수는 “기뢰에 의한 원거리 폭발일 경우 파도의 높이가 10m 정도에 그치고, 화약 냄새도 나지 않는다”며 “어뢰설이 증명하지 못하는 현상을 모두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최종보고서 부록에는 어뢰에서 채취한 흡착물질이 폭발 결과로 생기는 산화알루미늄이 아니라 수산화알루미늄(부식에 의한 녹)임을 입증하는 ‘에너지분광분석(EDS) 데이터’가 실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박 연구원은 천안함 항적 일지를 입수했다며, “최종보고서는 북한의 잠수함이 천안함 침몰지점 2.5㎞ 남서쪽에서 어뢰를 발사했다고 설명했으나, 그 지역은 천안함이 불과 몇 시간 전에 머물렀던 곳”이라며 “만일 북한 잠수정이 그곳으로 침투했다면 천안함에 장착된 소나(바닷속 물체를 음향으로 탐지하는 장치)를 통해 적발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 등은 “천안함 합조단의 보고서 내용은 스스로 모순을 드러내는 등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며 “국정조사 등을 통해 천안함 침몰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합조단이 해체된 뒤 천안함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윤종성 국방부 조사본부장(육군 소장)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폭발 수심이 선체에서 9m 이상 떨어지면 천안함을 침몰시킬 수 있는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내에서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군이 70년대 후반 백령도 연화리 해안에 설치했다 철거한 육상조종기뢰(MK-6)의 폭발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설사 이 기뢰가 폭발하더라도 폭약량(티엔티 136㎏)이 적어 사건이 발생한 수심 47m에서는 천안함 선체를 절단할 수 없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권혁철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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