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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MB정부와 관계개선 한계상황 ‘판단’

등록 2011-06-01 22:18

I북, 왜 폭로했나I
‘더 이상 대화 않겠다’ 표현, 6자회담 재개 등 난기류
북한이 1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남북 비밀접촉의 내용을 공개하고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작심을 하고 한 행동이라는 의미다.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답하는 형식이기는 하지만, 남쪽의 제안 내용과 ‘돈봉투’ 등 내밀한 얘기까지 폭로하고 나선 것은 이제 이명박 정부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정치적 흉심을 위해 앞뒤가 다르고 너절하게 행동하는 리명박 역적 패당과는 더이상 상대하지 않을 것”(1일 중앙통신 보도), “우리 군대와 인민은 리명박 역적패당과는 더이상 상종하지 않을 것”(5월30일 국방위 대변인 성명)이라고 명시적으로 이런 뜻을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카터 전 미 대통령의 방북 때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는 등 그동안 ‘대화 공세’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남쪽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던 태도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북한은 비밀접촉 내용을 공개하게 된 책임을 남쪽에 돌렸다. 남쪽이 지난달 19일(실제로는 18일)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비밀접촉을 먼저 밝혔으며, 그 내용(베이징 비밀접촉)이 거짓이기에 “사실을 그대로 까밝히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명분삼기일 뿐이다.

실제적인 이유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복잡한 내부 사정이 있는 것 같지만 의도를 짐작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지만, 몇가지로 추정은 가능하다. 먼저, 최근 사격훈련장에서 김정일 위원장 부자를 표적지로 사용한 데에 대한 반발을 들 수 있다. 표적지 사건은 지난 30일 국방위 성명이 나오게 된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남쪽이 물밑에서는 정상회담을 하자고 하면서도 행동에서는 대결정책을 버리지 않는 데 대해 최종 판단을 내린 듯하다”며 “특히 김정일 부자 얼굴을 사격 표적지로 삼은 것이 결정타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대화 및 대북지원의 조건으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한 불만이 표출된 측면도 있다. 사과하고 관계를 개선할 바에야 차라리 이명박 정부 말까지 대립각을 세운 채 버티는 게 유리하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농축우라늄 시설을 이미 공개한 북한으로서는 6자회담이 열리지 않아도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지난번 북-중 정상회담을 한 직후에 이런 결정이 나온 것으로 봐서 남한 지원 없이도 문제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가 사라짐에 따라 북-미 관계 개선과 6자회담 재개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6자회담 당사국 간에 사실상 합의됐던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이라는 3단계 틀 가운데 1단계에 대해 북한이 퇴짜를 놨기 때문이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가망없는 1단계 대신 2단계인 북-미 대화로 바로 가야 한다는 것을 미국과 중국에 요구하는 것 같다”며 “남북대화가 당분간 무망한 상태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급한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최대의 관심”이라고 밝혔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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