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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총기탈취~행동까지 의문의 ‘1시간 10분’

등록 2011-07-05 20:31수정 2011-07-05 22:42

군 발표로 본 재구성
사고전 술 취해 후임에 “○○○ 죽이고 싶다”
소초장에 “죄송합니다” 말한 뒤 자살기도
장병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총기사건은 해병대의 독특한 왕따 문화인 ‘기수열외’에 허술한 부대 관리가 겹치면서 일어난 참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근무자도 아닌 김아무개 상병이 아무런 제지 없이 총기와 탄약을 훔쳐갈 정도로 총기 관리가 허술했으며, 김 상병은 사건 전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사람 가려 한발씩 조준 사격 김 상병은 10시~10시20분 사이 상황실 총기보관함과 간이탄약고에서 K-2 소총과 탄통(실탄 75발, 공포탄 2발, 수류탄 1발)을 훔쳤다. 마침 상황부사관과 상황병 모두 상황실을 비운 상태였고, 총기보관함의 잠금장치도 풀려 있었다. 김 상병은 10시30분께 1생활관에서 정준혁 이병을 만나 “(기수열외를 주도한) ○○○ 일병을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 정 이병은 김 상병의 상태와 관련해 “술 냄새가 났다. 몸을 비틀거렸고 상기된 얼굴이었다”고 진술했다.

김 상병은 11시40분께 ‘행동’에 나섰다. 공중전화 부스 옆에서 상황병 이승렬 상병에게 2발을 쏜 것이다. 이어 부소초장실 입구에서 부소초장인 이승훈(26) 하사에게 총격을 가했고, 2생활관으로 이동해 자고 있던 권승혁(21) 일병과 박치현(21) 상병에게 총격을 가했다. 이때 다음 조준 대상이 된 권혁 이병이 재빨리 총구를 붙잡고 김 상병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김 상병을 복도 쪽으로 밀어냈다. 사고 당시 2생활관에는 병사 6명이 있었으며, 몸싸움 과정에서 권 이병은 무릎 등에 총상을 입었다.

2생활관에서 나온 김 상병은 스스로 총기를 내려놨다. 실탄 75발 가운데 12~13발만 사용한 상태였다. 김 상병은 총소리를 듣고 달려오던 소초장(중위)을 스쳐 지나가며 “소초장님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몇 분 뒤 체력단련장 옆 창고에서 수류탄이 폭발했고, 관통상과 파편상을 입은 김 상병이 동료들에게 붙잡혔다.

해군본부 권영재 수사대장(대령)은 5일 “사고자(김 상병)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내용이 제한적”이라며 “정확한 조사는 사고자가 부상에서 회복된 뒤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병이 총기를 탈취한 뒤 ‘행동’에 나서기까지 1시간여 동안의 행적 등은 추가로 규명돼야 하는 대목이다. 무기를 무단으로 빼내 무장한 병사가 술 냄새를 풍기며 “죽이고 싶다”는 위협적인 발언을 했는데도 1시간이 넘도록 아무 조처가 없었던 것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 총기 관리만 제대로 했더라면 군 당국 조사 결과 사건 배경에는 기수열외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이런 스트레스가 총기사고로 이어지기까지는 허술한 부대 관리가 결정적이었다. 총기와 탄약을 탈취당하고도 부대는 아무런 이상 없이 돌아갔고, 사병이 아무런 통제 없이 술까지 마신 것이다. 군 수사당국은 창고 등지에서 빈 술병을 발견해 지문 감식 작업 등을 진행중이다.

보호관심 사병에 대한 허술한 관리도 문제다. 군 당국은 김 상병의 사물함에서 3쪽 분량의 편지와 유서 형식의 메모지를 발견했다. 메모지에는 “내가 싫다. 문제아다. 나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다”라는 글귀 등이 적혀 있었다. 또 기수열외와 관련해 후임병을 저주하는 내용의 메모도 발견됐다. 훈련소 인성검사 결과 김 상병에게 성격장애, 정신분열증 등이 확인됐지만, 별다른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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