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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부친과 월남 누나가 북동생 확인
친자확인·소유권이전 소송 대리해

등록 2011-07-12 23:06

북 주민에 유산 상속권 인정
재산 관리·처분 규정없어
이달내 특례법 국회 상정
한쪽선 ‘국부유출’ 비판도
북한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윤아무개씨는 1933년 김아무개씨와 결혼해 딸 넷과 두 아들을 낳았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윤씨는 큰딸을 데리고 남으로 내려왔다. 10년이 지난 1959년 윤씨는 남쪽에서 권아무개씨를 만나 새로 가정을 꾸렸고, 권씨와의 사이에 2남2녀를 두었다.

남과 북으로 갈려 있던 ‘두 가족’이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된 건 1987년 11월 윤씨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부터였다. 100억원대 자산을 소유한 윤씨는 북한에 남아 있는 자녀들에게도 유산을 물려주고 싶어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윤씨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큰딸 윤씨는 미국의 한 선교사를 통해 북한 동생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먼저 친자관계를 입증해야 했다. 큰딸 윤씨는 미국 선교사를 통해 북쪽 동생들의 ‘위임장’을 전달받아 2009년 2월 서울가정법원에 ‘친생자관계 확인’ 소송을 냈다. 또 “아버지의 유산을 나눠 달라”며 소유권 이전 소송도 냈다. 그러나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큰딸 윤씨는 동생들의 유전자(DNA) 검사를 위해 머리카락과 손톱 등을 전달받아야 했다. 표본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머리카락과 손톱을 자르는 과정 역시 동영상으로 촬영해 재판부에 제출했고, 이 과정에서 ‘운반책’ 구실을 한 미국 선교사 역시 법정에 출석해 증언했다. 결국 1년10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큰딸 윤씨와 북쪽 동생들은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남겨진 가족과 새로운 가족 사이의 유산상속 소송은 그러나 곧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한쪽에서는 남북통일이 되면 치러야 할 재산과 가족관계 정리를 이번 기회에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고, 한쪽은 ‘국부 유출’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북한에 남겨진 이산가족들이 무더기 ‘유사 소송’에 나설 경우 현행 민사 법리로는 상속재산 등의 처분 및 유출을 막을 방도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날 조정 성립으로 북한 주민이 상속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첫 사례가 생겼지만 그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지 등에 대해선 규정이 없다.

이에 법무부는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특례법에는 북한 주민의 상속재산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지침 등이 포함돼 있다. 법제처 법안 심사를 완료한 특례법은 이번주 안에 차관회의를 시작으로 국무회의를 거쳐 이달 안에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첫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 특례법을 제정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특례법에는 북한 주민이 상속받은 재산에 대한 관리인 선임과 상속재산 처분에 대한 허가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법무부 장관의 허가에 의해 인도적 범위에서 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송 대리를 맡은 배금자 변호사는 “친자관계가 성립하면 상속을 받을 권리가 있고 그 재산을 어떻게 관리·처분하는지는 상속받은 사람의 몫”이라며 자유로운 재산처분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북한 거주민들은 국외에서 매달 700달러를 송금받을 수 있다. 큰딸 윤씨는 특별계좌를 통해 북한의 동생들에게 일부 재산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황춘화 노현웅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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