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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김정일 위원장 사망…한반도 정세 ‘대격랑’

등록 2011-12-19 13:37수정 2011-12-22 17:11

19일 낮 북한 조선 중앙방송이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17일 08시 30분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진=MBC 캡쳐)
19일 낮 북한 조선 중앙방송이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17일 08시 30분에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진=MBC 캡쳐)
한·미·중·일·러 정권교체 코앞 급작 사망으로 동북아 정세 ‘예측불허’
김정은 나이 28살에 불과…북한 체제 존속 여부도 불투명
한반도 정세가 대격랑에 들어갔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급작스런 사망으로 북한 정세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정세의 이런 불투명은 최근 한국을 포함한 4대강국의 권력교체기 등 한반도 주변정세와도 맞물려 동북아의 전반적 지정학적 정세를 시계 제로로 이끌수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은 무엇보다도 북한 체제의 존속 여부에까지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2~3년 전부터 나돌던 김정일 건강이상설로 그의 세째 아들 김정은이 지난해부터 갑자기 후계자로 부상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나이가 아직 28세에 불과한데다, 지난해 갑자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 인민군 대장으로 급조되어 그의 권력체계와 입지가 다져졌는지는 의문이다.

 <조선중앙방송>은 김 위원장의 사망을 발표하면서 “김정은 지도자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자”고 그의 후계를 기정사실화했다. 일단 김정은 체제의 가동이 내부적으로 인정되고,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극심한 식량난을 포함한 악화된 경제난, 이를 보여주는 탈북자들의 급증 등으로 김정은 체제가 이를 봉합하면서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북한 건국의 아버지인 할아버지 김일성 전 주석이나, 김 전 주석 밑에서 착실히 지도력과 후계체제를 닦아온 김정일에 비해 후계자로 급조된 김정은이 내우외환의 북한을 과도기적으로나마 봉합할 수 있을지는 극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불안정한 북한 체제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지렛대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약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과거 남북관계 통로가 모두 단절된데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거치면서 남북한 관계는 극도의 긴장 속에서 대결 일변도로 치달았다. 이에 더해, 중국과 미국 역시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놓고 서해에서 대규모 군사합동훈련을 벌이는 등 긴장을 높여왔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최근 ‘아시아로의 귀환’ 정책을 내놓고, 중국을 포위하는 군사망을 조여온 것도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중 양대 강국의 대화를 가로막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한국과 4대강국이 올해 권력교체기로 접어든 것도 북한 문제의 안정적 관리에 큰 부담이다. 이명박 정권은 이미 심각한 레임덕에 빠져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 3년간 재임 중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아무런 소득도 없고 중국과의 긴장만 고조시키는 가운데 대선 가도로 뛰어들었다. 중국 역시 시진핑이 지난해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올라 후진타오 후계자로 이미 내정된 상태이다. 일본 역시 민주당 정권이 국정 장악력을 잃고, 총리가 수시로 교체됐고,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도 단명 총리에 그칠 공산이 크다. 러시아 역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내년에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으로 유력한 상태이나 최근 선거부정 시비 등으로 과거와 달리 장악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이다.

 김정은 후계체제의 불투명성, 북한에 대한 주변국가들의 지렛대 상실, 한국과 4대 강국의 권력교체기 등으로 한반도는 지금 최악의 시계 제로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관건은 결국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 사후 정세를 봉합하고, 항상적인 후계체제로 안착할 수 있느냐이다. 김정은 체제가 지도력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내부에서 권력 투쟁 등이 일어나거나, 이런 지도부 약화나 붕괴로 북한 체제가 이완될 기미가 보일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한국전쟁 발발 이후 최악의 불안정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은 한국이나 미국 등에서 흡수통일 등 강경대응을 원하는 모험주의적 세력이 준동할 우려도 있다. 이 경우, 중국 역시 자신들의 안보에 방패라 할 수 있는 북한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은 물론이다. 특히 권력교체기에 내치 문제를 북한 문제로 덮으려는 유혹도 한국과 미국 등에서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김정일 북한 위원장이 이미 사망한 가운데 나온 북한과 미국의 핵협상 진전은 이런 점에서 아직 북한 체제의 안정적 작동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에이피>(AP) 통신은 18일 북한과 미국이 최근 접촉에서 우라늄 농축 중단과 식량 지원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대규모 식량 지원을 재개하는 대신에 북한이 우라늄 농축활동을 중단하겠다고 합의한 것으로, 이는 천안함 사건 이후 양국 관계의 최대 진전이다. 이 합의가 된 시점은 이미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시점으로,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비상상황에서 외부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이 합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통신은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실험 중단,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재입국, 남북대화 재개 등에도 합의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보도가 맞다면, 그동안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선결조건 등이 사실상 모두 해결됐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일 사후 북한 지도체제가 나름대로의 계산을 갖고 굴러가고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김정일 사망으로 한반도와 동북아는 이제 위기와 기회라는 양날의 칼을 쥐게됐다. 그 칼이 어디로 갈 것인가는 북한 후계체제가 안착할 것인가, 또 주변 국가들이 북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달리게 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김정일 연표
김정일 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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