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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타이의 입헌군주제에 관심”
김정일 생전 ‘김씨조선’ 꿈?

등록 2011-12-27 20:42

김정일 “왕실 유지하며 시장경제”
올브라이트 자서전서 술회
공산국가 권력승계 실패 본뒤
북한 ‘혈통승계’ 방식 선택
김정은의 선택은 어떨지 주목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김일성 주석의 자손이 또 다시 국가 최고 권력을 대물림하면서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세습 왕조가 웬 말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여기엔 안정적인 후계 체제가 확립되지 않은 나라가 정치적 불안정을 겪곤 했던 역사적 사례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냉전 시기 소련, 중국, 동구권 등 공산권 국가들은 권력승계 방식이 제도화되지 않아 정치적 불확실성을 피하기 어려웠다. 전면적 권력 이양을 보장할 수단이나 후계 선출을 위해 합의된 정치적 규칙이 없었고, 당내에 안정적인 권력 균형도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해 낸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산권 체제의 패착을 주의깊게 지켜본 뒤 후계자가 수령의 권위와 권력에 도전하지 않는 권력승계를 진행하기 위해 혈통 승계를 고안했다”고 분석했다. 또 ‘현재의 수령 다음 세대의 인물’을 내세우는 ‘후계자론’ 등으로 이를 정당화했다는 것이다.

실제 옛소련에서는 스탈린이 지명한 후계자 말렌코프가 권력투쟁 끝에 흐루시초프에 밀려났고, 중국에선 마오쩌둥이 지명한 화궈펑이 덩샤오핑의 화려한 정계복귀 뒤 실각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력승계가 일찍이 전통이 됐기 때문에, 김정은 부위원장의 3대 세습은 지배층 내에서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는다는 게 오 연구위원의 전망이다.

생전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사실상 ‘김씨 왕조’를 만들 생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0년 10월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났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자서전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타이식 입헌군주제에 관심을 보였다고 술회했다. 김 위원장이 “타이는 강한 전통적 왕실을 유지하면서도 긴 격동의 역사에서 독립을 보존해왔고 그러면서도 시장경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타이식 모델에도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헌군주제라고는 하더라도, 왕조를 꾸려 역사를 거스른다는 비난은 면하기 힘들다. 쿠바에서 피델 카스트로의 권력이 혁명동지이자 동생인 라울에게 넘어가면서 국제 사회로부터 ‘형제 승계’라는 비아냥을 샀던 데 견주면, 북한식 ‘아들 승계’는 훨씬 설 자리가 좁다.

게다가 김 위원장이 거론한 푸미폰 아둔야뎃(84) 타이 국왕은 보편적이라기보단 특수한 사례다. 푸미폰 국왕은 정치적 실권은 없지만, 쿠데타가 빈발했던 20세기 중후반 정치 격랑에서 줄곧 ‘최종 승인자’ 구실을 맡아 정치 안정을 도모했다. 쿠데타의 성패마저 그의 승인 여부에 좌우됐다. 국민은 덕성을 갖춘 군주인 그를 신뢰했다. 그럼에도 타이에선 푸미폰 이후의 왕실을 불안해 하고, 왕실을 성역화하는 ‘국왕모독법’에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찮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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