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왼쪽 다섯째 거수경례하는 이)이 28일 영결식에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운구차를 호위하듯 따라 걸으며 군인들의 경례에 답하고 있다.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김정은 뒤 양복 입은 이)이 바로 뒤를 따라오고 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눈속 영결식 김정은 운구차 직접 호위
28일 평양엔 눈발이 날렸다. 오후 1시57분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주검을 실은 대형 리무진이 눈 쌓인 금수산기념궁전 광장을 출발해 평양 시내를 돌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김정일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숨진 지 17년,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된 때로부터는 37년 만이다.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눈물 속에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그는 김 위원장 사망 11일 만에 치러진 영결식에서 아버지 주검을 실은 영구차를 직접 ‘호위’하며 등장했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김기남·최태복 당 비서가 영구차 오른쪽에서 김 부위원장을 뒤따랐고,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보위부 제1부부장이 왼쪽에 섰다. 영구차와 함께 광장을 도는 동안 김 부위원장이 눈물짓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슬픔 속에서 새 체제가 선포됐음을 전세계에 알리고, 내부적으론 아들의 눈물을 부각해 아버지의 후광을 끌어모으려는 ‘극적 이별’ 장면이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텔레비전> 아나운서는 영결식을 현장중계하며 울먹였고, 카메라에 비친 광장과 길가의 시민들은 오열했다. 이제는 29살 김 부위원장이 아버지가 없는 ‘강성대국’ 건설을 지휘해야 한다. 슬픔 못지않게 무거운 부담감이 그를 짓눌렀을 수 있다.
20대 후반 ‘영도자’의 등장은 한반도 정세 전반에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 그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북한 체제의 운명뿐 아니라 북핵문제, 남북관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영결식은 애초 오전 10시 열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날 밤부터 평양에 내린 눈 때문에 4시간 정도 늦춰진 것으로 보인다. 북쪽은 29일 대규모 중앙추도대회를 열어 김 위원장을 추도하고 새 영도자에 대한 충성을 다짐할 예정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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