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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눈발속 운구차 2시간반 평양시내 돌아
생중계 밝혔지만 같은 장면 반복 ‘편집’

등록 2011-12-28 20:58수정 2011-12-29 11:11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이 열린 28일 평양 주민들이 운구차 행렬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이 열린 28일 평양 주민들이 운구차 행렬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영결식 이모저모
북한 관영 <조선중앙텔레비전>은 28일 오후 평양에서 진행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을 생중계했다. 빈소인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출발한 김 위원장의 영구차는 평양 시내를 크게 한 바퀴 돌아 금수산기념궁전으로 다시 돌아왔다. 적어도 화면 속에 나타난 눈덮인 평양 거리는 주민들의 오열로 가득 찼다.

■ 차량 지붕에 관을 싣고 금수산기념궁전에선 후계자인 아들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매제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걸어서 운구차를 호위했다. 흰 국화가 깔린 지붕엔 붉은 깃발로 둘러싼 관이 고정됐다. 운구차 앞으로는 국화를 두른 대형 영정사진을 실은 승용차와 김정은 부위원장의 조화를 실은 승용차가, 주위로는 군용 차량이 에워쌌다. 금수산기념궁전을 나와 김정은 부위원장 등이 차량에 올라탄 운구행렬은 전승광장, 보통문, 충성다리, 통일거리, 청년거리, 하나음악센터, 당 창건 기념탑 광장, 김일성광장, 평양제일백화점, 만수대, 개선문 등 순으로 2시간30분가량 평양 시내 곳곳을 돌았다. 도중에 멈춰서서 지내는 ‘노제’는 없었다.

■ 눈물바다 평양 운구차가 시내를 다니는 내내 방송은 군악대가 연주하는 ‘김정일 장군의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깔았다. 상황을 중계하는 아나운서는 운구차가 도착한 장소를 알렸고, 김 위원장의 업적을 찬양하며 그 일생을 회고했다.

음악소리만큼이나 크게 들린 것은 주민들의 울음소리였다. 화면에 나타난 주민들은 감정에 겨워 혼절할 듯 몸을 못 가누거나, 발을 동동 구르다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하기도 했다. 흐느끼거나 침통한 표정만 짓고 있는 주민도 있었지만, 방송의 울음소리 중계는 끊이지 않았다. 방송 인터뷰에 나온 한 주민은 “장군님 덕분에 근심걱정 없이 ‘육십청춘’에도 잘 살고 있는데, 장군님은 왜 벌써 가십니까”라며 오열했다.

대체로 남성들보다 여성들의 반응이 더욱 격렬해 보였다. 영정과 운구차가 다가올 때 주민들은 더 가까이서 보려는 듯 길거리로 쏟아져나왔고, ‘단속’이라 쓰인 완장을 찬 군인들이 몸으로 이를 막느라 애를 쓰기도 했다. 외투는 입었지만 장갑이나 목도리, 모자를 착용한 주민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10대 소년들의 모습도 화면에 잡혔다.

■ 눈 덮인 도시 화면에 잡힌 평양 시내엔 제법 굵은 눈발이 흩날렸다. 운구행렬이 지나가는 도로에는 전날부터 내린 눈을 미리 치운 흔적이 보였지만, 눈은 계속 쌓이고 있었다. 이날 오전엔 중국의 방송사가 거리의 눈을 치우는 평양 주민들의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중계방송에는 먼발치에서 전조등을 켜고 대형 영정사진을 앞세워 눈발을 헤치며 다가오는 운구차 행렬의 장면이 간간이 연출됐고, 군복을 입은 한 남성은 인터뷰에서 “대국상에 하늘인들 어찌 울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 ‘방송 사고’?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이례적으로 실시한 중계 도중 운구차 행렬을 몇차례 놓쳤다. 헬기를 띄워 행렬을 따라다닌 게 아니라, 요소요소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촬영하면서 방송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행렬이 보통문을 나선 뒤 충성다리에 이르기까지 20여분 동안, 방송은 앞서 촬영했던 운구차 행렬과 주민들의 모습을 따로 편집해서 내보낼 뿐이었다. 눈에 띄게 격렬하게 통곡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몇 차례 반복해서 나왔고, 녹화를 뜻하는 표시(REC)가 잠시 화면에 떠 있기도 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은 방송 전후로 “실황중계”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전체가 녹화·편집 중계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기도 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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