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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싱크탱크 광장] 탈북자들 보수편향, 진보진영 방관 탓도 크다

등록 2012-08-14 19:33

‘탈북자 사회 이념 편향 어떻게 해소할까’라는 주제로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탈북자 사회 이념 편향 어떻게 해소할까’라는 주제로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겨레평화연구소 정책토론회
‘탈북자 사회 이념편향’
탈북자 사회 ‘이념 편향’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런 편향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한겨레평화연구소(소장 김보근)가 ‘탈북자의 이념 편향’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토론회로서는 최초로 다뤘다. 탈북자 단체들의 보수 편향이 심화돼 있는 상황이 남북 관계 개선은 물론, 탈북자들이 누릴 수 있는 기본 인권을 제약하는 측면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13일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탈북자 사회 이념 편향 어떻게 해소할까’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탈북 대학생과 대학원생의 발제에 이어 학자, 탈북자 관련 엔지오(NGO) 대표, 탈북자 단체 간부 등이 참여해 이념 편향의 원인과 그 영향, 그리고 바람직한 개선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탈북자들의 이념 편향 원인에 대해서는 토론자들의 의견이 엇갈렸지만, 이런 현상이 극복돼야 할 과제라는 데는 의견이 모아졌다. 토론자들은 민주시민의식을 함양하는 교육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이념 편향 해소 방안이라고 강조하면서 탈북자들에게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토론회에서는 특히 지난 10여년 동안 탈북자문제를 외면했던 진보진영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진보진영이 더는 남북관계 개선 등을 이유로 탈북자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시·장소
8월13일 오후 2시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

사회
김성원 유코리아뉴스(www.ukoreanews.com) 대표

발제1
“탈북자의 이념적 편향성 현황 및 개선 방안”
동명숙 동국대 북한학과(탈북 대학생)

발제2
“통일에 대한 신세대 탈북자들의 기여방안”
김나래(가명) 탈북 대학원생

토론
김동국 구미평안탈북자쉼터 소장
김화순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박사후연구원
마석훈 새터민 청소년 생활공동체 ‘우리집’ 대표
현인애 NK지식인연대 부대표

나이많은 탈북자 100% “새누리 지지”

지난 13일 한겨레 3층 청암홀에서 열린 ‘탈북자 사회 이념 편향 어떻게 해소할까’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한 참석자들은 현재 탈북자 사회의 보수 이념 편향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데 동의했다. 탈북자 전문 인터넷 미디어 유코리아뉴스(www.ukoreanews.com) 김성원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탈북자들의 ‘보수 편중’ 현상이 굳어져 문제제기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진단했다. 경북 구미에서 구미평안탈북자쉼터를 운영하는 김동국 목사는 “탈북자 지원을 열심히 해오면서 문제의식을 느꼈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논의한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학 졸업 이상 지식인 탈북자 모임인 엔케이(NK)지식인연대의 현인애 부대표도 이념 편향 문제에 대해 “옳은 지적”이라고 동의했다. 현 부대표는 지난 4월 총선 때 나이가 많이 든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지지 정당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100%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대표는 같은 조사에서 대학생 등 젊은 탈북자들은 새누리당 지지와 민주당 등 야당 지지가 절반 정도에 이르는 등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들 젊은 탈북자들의 비율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현 부대표는 지적했다.

“국내 보수단체 등 자금이
탈북자단체 주요 활동자금
이를 받기위해 치열한 경쟁”
이런 과정 거쳐 과도하게 보수화

이런 탈북자들의 이념 편향이 어디서부터 유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토론자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다. 발제자 동명숙씨는 보수단체들의 자금지원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10년 전 남한에 입국한 뒤 결혼해 현재 5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는 동씨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원조기금(NED)’ 등과 국내 보수성향의 단체 및 재단의 자금지원이 탈북자단체의 주요 활동자금”이라며 “탈북단체들은 이런 자금을 받기 위해 북한 관련 정보 생산, 북한인권 신장 등 성과를 평가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금전적 유인 탓에 일부 탈북자단체가 “미검증 정보를 범람시키고 일부 과장·왜곡된 북한 정보가 포함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탈북자 사회가 이런 과정을 거쳐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인애 부대표는 탈북자 사회의 이념 편향이 북한에서의 보수적 교육 탓이라고 진단했다. 현 부대표는 “북한은 겉으로는 사회주의지만 실제적으로는 전체주의, 권위주의 사회”라며 북한에서 거주한 기간이 오래될수록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원인이 어떻든 탈북자단체의 과도한 보수 편향이 문제라는 데는 토론자들이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남한 내 남남갈등의 심화나 남북관계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이념적 표상으로 굳어진 탈북자들 스스로가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른다. 우선 이렇게 보수 편향으로 사회적 이미지가 굳어지면 탈북자들 자체가 사회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을 따라 탈북한 뒤 남한 교육을 받아온 발제자 김나래씨는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왔다는 얘기를 쉽게 못한다”며 “이는 대한민국에서 자리잡고 있는 탈북자들에 대한 편견들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현인애 부대표도 “남한 사회에서 탈북자 전반이 3부류 인간으로 낙인찍히는 것 같아 저도 고민이 크다”고 밝혔다. 김동국 목사는 “최근에는 남한에 돈을 벌기 위해 오는 듯한 탈북자들이 많은데도 이들이 자유를 위해 남한을 찾았다는 신화가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남한 사회가 탈북자들을 ‘개개의 인간’이 아니라 ‘보수적 탈북자’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바라볼 때,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적응할 수 있는 영역은 더욱 좁아진다. 발제자 동명숙씨는 이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 한국이지만, 탈북자들은 남한 주민보다 자살률이 4배나 높다”고 털어놨다. 다른 요인들도 많겠지만, 탈북자들이 하나의 이념 집단으로 고정된 것이 탈북자의 남한 정착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탈북자들 보수집단으로 고정
정착 가로막는 큰 걸림돌 돼
“탈북자들은 남한 주민보다
자살률 4배나 높아”

탈북자들이 이렇게 이념적 편향을 띠게 된 데에는 진보진영의 무관심과 방관 탓도 크다. 김화순 연구원은 “탈북 여성들이 수많은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지만 진보적 여성단체들이 지난 10여년간 이들을 돌아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권 등을 기본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진보진영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탈북 청소년들과 10년 넘게 공동체 생활을 해오고 있는 새터민 청소년 생활공동체 ‘우리집’의 마석훈 대표도 “남편이 한족인 탈북 여성 자녀는 남한 사회가 주는 많지 않은 혜택마저도 누리지 못한다”며 “진보진영에서 북한과 직접 상대하는 통일운동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탈북자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없었다고 한다”며 “그러나 그런 얘기도 남한 사회에서도 가장 고통받는 계층이 된 탈북자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논리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 대표는 “탈북자들은 우리 사회의 민중”이라며 “그들을 돌보는 것은 진보진영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탈북자들의 이념 편향을 해소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교육을 꼽았다. 탈북 대학원생 김나래씨는 탈북자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이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적 성향 쪽으로 강하게 가자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진보와 보수를 알고 선택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인애 부대표도 “남한에서 오래 산다고 이념이 바뀌지는 않는다”며 “대학 등을 다니면 생각이 빨리 바뀐다”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진보진영은 ‘노선 집착’보다
탈북자를 인간으로 품어야

이념편향 개선방안

탈북자들을 둘러싼 대결적 정치지형 속에서 탈북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념적 편견이 고착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탈북자들이 응당 북한에 적대적인 활동을 적극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편견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북한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해 우리 사회에 공론화해줄 것을 은연중에 요구하는 보수진영의 바람이 영향을 준다. 이에 비해 진보진영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거대담론을 거론하면서도 정작 우리 사회의 탈북자의 삶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 외면하거나 궁색한 자기방어적 논리를 펴고 있다. 결국 탈북자들은 자신들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보수진영의 요구에 맞춰 남북관계와 북한에 대해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만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다는 눈치 빠른 적응을 하게 되었다.

현재 탈북자 관련단체는 공식 등록된 것만 68개에 이르며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단체를 더할 경우 100여개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탈북자단체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탈북자단체는 북한인권 및 북한민주화 단체로 편중되어 있다. 최근 탈북자단체의 경쟁적 활동은 과도한 측면이 있으며 이는 의도한 북한민주화와 달리 예상하지 못한 소모전적인 남남갈등 증폭 등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보수진영과 탈북자의 이념적 편향성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진보진영이 탈북자의 사회통합 문제를 외면할수록 탈북자문제는 남남갈등의 진원지로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우리 사회의 건강한 담론이 형성되지 않을 것이며 결국 남북관계의 질적 저하 역시 지속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는 바로 진보진영이 풀어야 한다. 진보진영은 운동의 이념과 노선에 집착하기보다는 탈북자를 인간으로서 품어야 한다. 진보가 바로 서야 보수가 각성하고 남남갈등이 완화된다.

동명숙 동국대 북한학과 3년(탈북 대학생)


고등교육 받을수록 입장 유연
신세대 중심 ‘NGO단체’ 필요

통일에 대한 기여방안

최근 우리 사회에서 중·고등교육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탈북자 수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진보성향 신세대 탈북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고등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세대일수록 대북관과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이 유연해진다. 우리나라의 이념적 검증에 대해 수동적으로 적응한 탈북자들은 보수진영의 입맛에 맞게 북한의 실정을 강조해왔다. 특히 우리 사회의 실정에 어두운 5년 미만의 탈북자들이 최근의 북한 실정을 잘 안다는 이유로 소위 안보강사로 선발되어 북한 현실을 각계각층에 폭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보다 신선하게 느껴지는 북한 실정을 계속 생산해내기 위해 간접경험이나 과장한 내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얘기해 북한의 실정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탈북자들이 이런 역할을 맡는 것은 탈북자들을 우리 사회에 완전히 통합하지 못하게 하면서 계속 이방인, 경계인으로 남게 할 소지가 있다.

탈북자들이 북한의 실정을 남한 사회에 알리는 것도 일부 필요하겠지만 더욱 시급한 것은 탈북자들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남한 주민과 사회·심리적으로 잘 통합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시민교육을 통해 기존에 편향된 탈북자들의 사고체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념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교육체계가 필요하다.

현재 활동하는 탈북자 단체들은 대부분 북한 민주화 운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정작 중요한 탈북자의 정착지원이나 인권 신장을 위해 힘쓰는 단체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세대 탈북자들이 중심이 되어 북한 주민의 생존권과 탈북자의 국내 정착, 탈북자의 민주시민교육을 책임질 수 있는 엔지오(NGO) 단체가 구성될 필요가 있다. 또 탈북자 인권을 옹호하고 지원하는 자발적 엔지오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체제에서 교육을 받고,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신세대 탈북자들의 진보적 성향을 더욱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김나래(가명·탈북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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