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이이함에서 본 이어도 2일 오전 율곡이이함에서 한 승조원이 이어도에 세워져 있는 종합해양과학기지를 망원경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날 이어도 상공과 해역에선 해군 해상초계기(P-3C)와 이지스함 율곡이이함이 해상경계작전을 수행했다. 이어도/사진공동취재단
르포 l ‘P-3C’ 초계기 동승
지난 2일 오전 9시20분께.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제주 한라산의 백록담을 스쳐 지나온 지 채 10분이 안 됐을 때였다. 끝없이 펼쳐진, 평화로운 푸른 바다에 중국 어선 몇 척이 보였다. 이어도는 그냥 거기에 있었다. 종합해양과학기지의 헬기 착륙시설 표지가 이곳이 이어도임을 보여줬다. 그 바다의 4m 아래에 수중 암초, 이어도가 있다.
약 1만피트(3000m) 상공을 날던 해상초계기(P-3C)가 고도를 급격히 낮춰 이어도 바다를 선회하기 시작했다. 기내는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요동쳤다. 순탄치 못한 이어도의 현실을 반영하듯, 예기치 못한 흔들림이었다. 초계기는 바다에 빠져들 듯 낮게 날았다. 적 잠수함을 잡기 위한 초계비행의 고도는 매우 낮다. 수면 위 150m 상공이었다. 군 관계자는 동행한 기자들을 배려해 평소보다 조금 높게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항과 제주에 배치된 해상초계기는 매주 두 차례 이어도 상공을 가로지른다.
승무원 12명 태우고
포항과 제주서 떠나 1주 2회
백록담 지나 10분
초계기는 이어도를 가로지른다 우리 영해로 접근하는 잠수함을 탐지하는 일은 해상초계기의 가장 큰 임무다. 이날은 음향탐지용 부표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미심쩍은 정황이 발견되면 바로 음탐 부표를 바다로 투하한다. 바다 위 초계도 빼놓을 수 없는 임무다. 의심 선박을 구별해 해경에 통보하고, 적 함정임이 확인되면 작전에 나선다. 조종사, 부조종사, 항법사 등 승무원 12명을 태운 초계기는 이어도 상공과 그 주변 해역을 관리하고 있다. 이날은 특별히 기자 몇이 그 초계기 승무원들과 함께했다.
이곳은 일본의 방공식별구역(JADIZ)이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방공구역을 선포하기 전까지 지금처럼 이어도가 주목받은 적은 없었다. 지난달 23일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방공구역은 우리 정부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엔 이번 초계비행을 미리 통보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의 방공구역인 탓에 일본엔 통보했다. 초계기가 5~6차례 이어도 상공을 선회했다.
긴장된 순간도 있었다. 이어도에 도달하기 10여분 전, “방공식별구역 통과중”이라는 기내 조종사의 방송이 몇 차례 흘러나왔다. 일본의 방공구역이기도 하고,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방공구역이기도 하다. 이미 일본에 통보된 비행이라 일본과 추가 교신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 중국이 방공구역으로 선포한 곳을 날고 있다는 생각에 일순 긴장감이 돌았다.
도달전 방송이 연거푸 흘렀다
“방공식별구역 통과중…통과중”
잠시 긴장이 흘렀지만
바다는 내내 평화로웠다 하지만 초계기는 거침없이 이 상공을 날았다. 이어도에 더 가까이 다가서자 황색 철골 구조물 위의 건물과 헬기 착륙시설 옆으로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율곡이이함이 당당한 모습을 드러냈다. 율곡이이함은 이번 합동훈련을 수행하기 위해 하루 전인 1일 오후 2시30분, 진해항을 출항했다. 이렇듯 지난달 23일 중국이 이어도 상공을 방공구역으로 선포한 뒤에도 우리 해군은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해상초계기는 일주일에 2차례만 이곳을 찾아오지만, 해군·해경의 다른 함정은 수시로 이곳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초계기를 포함한 우리 군의 구체적인 작전 반경은 비밀이다. 해군 관계자는 “초계비행을 할 때나 함정이 작전을 펼칠 때는 이어도 남방으로 충분한 지역에 걸쳐 전개한다”며 “23일 방공구역 선포 이후 지금까지 이어도 해역에서 중국군의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도 한국 해군의 해상초계기는 정해진 절차를 따라 이어도 상공을 지켰다. 해군 해상초계기가 초계비행을 하기 전 공군에 통보하면 공군은 합동참모본부에 통보하고, 합참은 일본에 비행계획을 전달한다. 그러나 한국의 방공구역이 실제로 확대되면 한국군은 중·일 어느 나라에도 통보하지 않을 것이다. 군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관계국과 협의해 통보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군은 임무가 하달되면 이에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초계기가 이어도 상공에 머문 시간은 약 25분. 이어도 해역 기동 경비 작전을 통해 수색·경계를 했지만 이날 인근에 나타난 중국이나 일본의 함정이나 군용기는 없었다. 일본의 해상초계기가 이어도에서 동쪽으로 120㎞ 떨어진 곳을 비행한 것이 전부였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국의 해경 함정도 이어도 서남방 140㎞까지 접근한다고 했다. 평소에 이어도 해역은 수백척의 중국 어선과 한국 어선들이 함께 물고기를 잡는 평화로운 공해다. 하지만 방공구역을 둘러싼 한-중-일의 갈등이 격화한다면 이곳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마치 꽃게 어장인 서해의 북방한계선 부근처럼. 이어도/국방부 공동취재단,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포항과 제주서 떠나 1주 2회
백록담 지나 10분
초계기는 이어도를 가로지른다 우리 영해로 접근하는 잠수함을 탐지하는 일은 해상초계기의 가장 큰 임무다. 이날은 음향탐지용 부표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미심쩍은 정황이 발견되면 바로 음탐 부표를 바다로 투하한다. 바다 위 초계도 빼놓을 수 없는 임무다. 의심 선박을 구별해 해경에 통보하고, 적 함정임이 확인되면 작전에 나선다. 조종사, 부조종사, 항법사 등 승무원 12명을 태운 초계기는 이어도 상공과 그 주변 해역을 관리하고 있다. 이날은 특별히 기자 몇이 그 초계기 승무원들과 함께했다.
이지스함인 율곡이이함이 2일 오전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있는 이어도 해역에서 해상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2013.12.02 사진공동취재단
“방공식별구역 통과중…통과중”
잠시 긴장이 흘렀지만
바다는 내내 평화로웠다 하지만 초계기는 거침없이 이 상공을 날았다. 이어도에 더 가까이 다가서자 황색 철골 구조물 위의 건물과 헬기 착륙시설 옆으로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율곡이이함이 당당한 모습을 드러냈다. 율곡이이함은 이번 합동훈련을 수행하기 위해 하루 전인 1일 오후 2시30분, 진해항을 출항했다. 이렇듯 지난달 23일 중국이 이어도 상공을 방공구역으로 선포한 뒤에도 우리 해군은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해상초계기는 일주일에 2차례만 이곳을 찾아오지만, 해군·해경의 다른 함정은 수시로 이곳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초계기를 포함한 우리 군의 구체적인 작전 반경은 비밀이다. 해군 관계자는 “초계비행을 할 때나 함정이 작전을 펼칠 때는 이어도 남방으로 충분한 지역에 걸쳐 전개한다”며 “23일 방공구역 선포 이후 지금까지 이어도 해역에서 중국군의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도 한국 해군의 해상초계기는 정해진 절차를 따라 이어도 상공을 지켰다. 해군 해상초계기가 초계비행을 하기 전 공군에 통보하면 공군은 합동참모본부에 통보하고, 합참은 일본에 비행계획을 전달한다. 그러나 한국의 방공구역이 실제로 확대되면 한국군은 중·일 어느 나라에도 통보하지 않을 것이다. 군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관계국과 협의해 통보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군은 임무가 하달되면 이에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초계기가 이어도 상공에 머문 시간은 약 25분. 이어도 해역 기동 경비 작전을 통해 수색·경계를 했지만 이날 인근에 나타난 중국이나 일본의 함정이나 군용기는 없었다. 일본의 해상초계기가 이어도에서 동쪽으로 120㎞ 떨어진 곳을 비행한 것이 전부였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국의 해경 함정도 이어도 서남방 140㎞까지 접근한다고 했다. 평소에 이어도 해역은 수백척의 중국 어선과 한국 어선들이 함께 물고기를 잡는 평화로운 공해다. 하지만 방공구역을 둘러싼 한-중-일의 갈등이 격화한다면 이곳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마치 꽃게 어장인 서해의 북방한계선 부근처럼. 이어도/국방부 공동취재단,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