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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회의중 장성택 끌어내는 장면 이례적 공개

등록 2013-12-09 19:44수정 2013-12-17 10:13

“당의 유일적 영도 거세하려 해” 장 부장 숙청 공식발표
당·군·정 핵심세력 모두 교체…‘김정은 1인체제’ 본격화
북한이 8일 조선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장성택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칭호를 박탈하며 당에서 출당, 제명시킬 데 대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가 채택됐다”며 장성택 행정부장의 숙청을 공식 발표했다. 북한의 2인자로 알려진 장 부장의 돌연한 숙청은 북한에서 김정은 1인 지배 체제의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음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김 제1비서는 잇따른 인사와 숙청을 통해 아버지의 그림자를 지우고 권력을 강화해 왔다. 지난해 7월 군부 실력자 리영호 총참모장을 해임한 데 이어 올해 4월 박봉주 전 내각 총리를 재기용했다. 여기에 당내 영향력이 큰 장 부장까지 숙청함으로써 당·군·정의 핵심 세력을 사실상 모두 교체했다. 국정원은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에 “(김정은 체제에서) 당내 부부장급 이상 40여명, 내각에서 30여명, 군단장급 이상 20여명의 교체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장 부장의 숙청은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독재권력의 냉혹한 속성을 생생히 보여준다. 그러나 제거 대상이 김 제1비서의 고모부라는 점에서 이번 숙청은 비록 친인척이라도 도전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의미가 커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정치국 확대회의를 보도하면서 “하나의 영도 중심”, “유일적 영도 체계”,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영도”, “당 중앙 결사옹위” 등 김 제1비서의 1인 절대 권위를 되풀이 강조했다.

장 부장의 죄목에 반당 반혁명 종파행위 등 공적인 범죄뿐 아니라 여성 관계와 도박, 마약, 외화 탕진 등 개인 비리까지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 지도부 일부의 부정부패나 일탈 행위에 대한 경고로도 해석된다. 또 북-중 관계의 핵심이었던 장 부장에게 흔한 ‘간첩죄’나 ‘사대주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장 부장 숙청으로 당분간 김 제1비서의 권력에 도전하는 세력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청래 민주당 정보위 간사는 6일 국정원 보고를 받은 뒤 “김정은 1인에 대한 맹종 분위기, 그래서 간부층을 중심으로 충성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장 부장의 숙청으로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이 증대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연수 국방대학원 교수는 “김정은이 완벽한 홀로서기를 할 때까지 장성택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퇴출시킨 측면이 있다.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김 제1비서의 권력을 떠받칠 세력으로는 2010년 9월 김 제1비서와 함께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은 최룡해, 현명철, 최부일, 김경옥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당과 군의 요직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4월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임명된 김원홍 부장과 박태성 당 부부장 등 신진 세력이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가 향후 어떤 대내외 정책 노선을 걸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일단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분간 핵무력과 경제 건설 병진 노선 등 큰 틀의 정책 방향은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장 부장의 숙청을 둘러싼 북한 보도에서는 정책 노선과 관련한 몇 가지 시사점도 눈에 띈다. 북한은 장 부장의 죄목 가운데 하나로 귀중한 자원의 헐값 처분과 주체 철, 주체 비료, 주체 비날론 공업의 발전 방해를 꼽았다. 주체 철 등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추진해온 자력갱생, 자주·자립경제 노선의 대표적 유산이다. 이는 여전히 북한 지도부에 경제 개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북한은 장 부장이 “당이 제시한 내각중심제, 내각책임제 원칙을 위반해 경제 사업과 인민 생활 향상에 지장을 줬다”고 밝혔다. 내각중심제, 내각책임제는 김 제1비서가 지난해 4월15일 ‘태양절’ 연설에서 이미 밝힌 경제 운용 원칙이다. 김 제1비서는 당시 “경제 사업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내각에 집중시키고 내각의 통일적인 지휘에 따라 풀어나가는 규율과 질서를 철저히 세워야 한다”며 ‘군수산업 우선’에서 ‘인민 생활 향상 중시’로 정책 방향을 전환할 뜻을 밝힌 바 있다. 김 제1비서는 이번에 이런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2002년 7·1 조치의 주역인 박봉주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관련영상] [한겨레 캐스트#210] '장성택 숙청', 북한은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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