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숙청 이후]
1인지배체제 강화 속도전
김일성·김정일 반열 올라선듯
매체동원 장성택 비난몰이도
“감히 하늘의 해를 가리워”
1인지배체제 강화 속도전
김일성·김정일 반열 올라선듯
매체동원 장성택 비난몰이도
“감히 하늘의 해를 가리워”
장성택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을 숙청한 북한이 김정은 1인 지배 체제를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만 붙이던 ‘위대한 영도자’라는 호칭을 김 제1비서에게 쓰기 시작한 것도 그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최근까지 2인자이자 후견인이었던 장 부장에 대한 비난과 격하도 같은 의도로 볼 수 있다.
김 제1비서에게 ‘위대한 영도자’라는 호칭을 붙인 것은 장 부장 숙청에 이은 ‘1인 지배 체제’ 시대의 상징적인 행위다. 북한은 그동안 김 제1비서의 위상이 격상될 때마다 새로운 호칭을 부여해 왔다. 그는 2010년 9월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공식 후계자가 된 뒤에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 동지’라는 호칭을 얻었다. 2011년 12월 김 위원장이 사망한 뒤엔 보통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으로 불려왔다. 이밖에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나 ‘최고사령관’ 등도 호칭으로 사용됐다. 북한 매체들은 김 제1비서의 이름 뒤에 보통 ‘원수님’이나 ‘동지’라는 호칭을 붙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의 한 관리는 “김 제1비서가 김일성·김정일과 같은 반열에 올라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이 호칭이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아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에서 김 주석에겐 ‘수령’, 김 위원장에겐 ‘장군’, 김 제1비서에겐 ‘원수’라는, 서로 구분되는 공식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고모부이자 후견인인 장 부장을 무자비하게 숙청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김 제1비서의 1인 권력을 서둘러 확립하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장 부장의 숙청과 측근에 대한 공개 처형이 북한 권력층에 던지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충성을 다하지 않으면 당신도 저렇게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불안감을 조성해 충성 경쟁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당 기관지 <로동신문>에서 장 부장에게 ‘쥐새끼 무리’, ‘미꾸라지’, ‘짐승’, ‘인간 오작품’(잘못 만든 제품), ‘인간 추물’ 등 원색적인 비난들을 쏟아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 역시 김 제1비서의 1인 지배 체제에 대한 도전은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날 장 부장을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 불러내 공개 석상에서 체포당하는 수모를 준 것도 마찬가지였다. 동시에 장 부장의 숙청이 당 고위간부는 물론 주민들에게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이번 조처로 김 제1비서의 직할 통치,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유일 지도 체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탈북 지식인도 “김정은은 고모부를 제거하는 조처로 내부 권력 체계를 완전히 줄세워 정리했다. 김정은의 권력이 매우 강력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부장의 숙청에 따른 영향은 속단하기 어렵고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체제에서 2인자를 제거한 것이 북한이나 김정은에게 기회가 될지, 위기가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정치적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이 큰 고민 없이 장성택을 제거했다면 앞으로 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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