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성택, 적대세력에 편승” …강경 대남노선 취할 가능성

방송, ‘미제간첩’ 박헌영과 비교

북한이 장성택 전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에 대해 반공화국 적대 세력과 동조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향후 남북관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10일 사설에서 ‘미제와 그 추종 세력들, 남조선 괴뢰 역적 패당’의 위협을 거론하며 “장성택 일당은 적대 세력들의 반공화국 책동에 편승한 만고의 역적 무리”라고 주장했다. 장 전 부장이 외부 적대 세력의 대북 정책에 동조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문은 적대 세력을 적시하지는 않았으나, 남한과 미국, 일본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9일 장 전 부장 등이 “반공화국 압살 공세에 투항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장 전 부장 일행을 50년대 ‘미제 간첩’ 혐의로 숙청된 박헌영 등 남로당 세력과 비교했다. 방송은 11일 내보낸 강원도 인민위원회 간부들의 ‘장성택 비난 반향’에서 “장성택 일당이야말로 리승엽과 박헌영 일당과 꼭 같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마땅한 극악한 종파 무리”라고 주장했다.

장 전 부장은 북한 내부에서 비교적 개혁·개방에 친화적이고 대외 정책과 관련해서도 온건파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예를 들어 올 2월 3차 핵실험이나 올 4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때도 부정적인 입장이었을 것으로 추정돼왔다. ‘장 전 부장이 적대 세력과 동조했다’는 북한 언론의 비난은 장 전 부장의 이런 행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앞으로 장성택을 외부의 적대 세력과 동조한 세력으로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진다면 북한 체제는 경직되면서 대남 노선도 강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로동신문>은 또 11일에도 1면과 3면 등에 장 전 부장을 맹비난하는 당·정·군 간부들의 글을 실어 낙인찍기 대중조작을 이어갔다. 김평해 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1면에 실린 글에서 “현대판 종파이며 우리 당 대열에 우연히 끼어든 불순분자들인 장성택 일당이 적발 숙청됨으로써 우리 혁명 대오는 더욱 순결해지고 우리의 일심단결은 천백 배로 다져졌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방송>도 ‘건설부문 일꾼 대강습’에 참가한 군관들이 장 전 부장을 비난한 인터뷰를 내보냈다.

박병수 선임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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