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언급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그 진정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지난해 가을 이산가족 상봉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냉각된 남북 관계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3일 통일부를 통해 ‘북 신년사 관련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어 “북한이 금년 신년사에서 ‘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를 언급했으나, 그 진정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이 신뢰를 쌓기 위한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하고,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일 김 제1비서가 “(남한이) 북남 관계 개선으로 나와야 한다. (북한도) 북남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한 데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답변을 한 것이다.
정부는 이 자료에서 북한에 대해 “‘비방중상을 끝내자’면서도 우리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사대매국 행위’로 매도했다. ‘종북 소동’을 벌이지 말라고 말하나 종북 세력을 뒤에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부추겼다. 작년에도 화해와 단합, 통일의 길을 주장했으나, 이후 핵실험, 군사적 위협, 개성공단 중단 등 남북관계를 저해했다”며 비판했다. 또 북한이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나흘 앞두고 전격 취소한 일, 장성택을 형식적 재판만 거친 뒤 곧바로 처형한 일까지 거론했다.
정부의 이런 부정적 답변은 일단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북한에 내어줄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이런 강경한 태도는 남북 관계를 풀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다시 제안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말보다는 행동을 보면서 가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김정은의 말 한 마디에 움직일 이유가 없다. 개성공단에서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확인하면서 조금씩 나아가야 한다. 말만 믿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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