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동해상에서 열린 한-미 연합훈련 도중 미군 전투기가 작전을 펼치기 위해 미 해군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서 이륙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북 ‘중대 제안’ 배경과 전망
국방부 “한-미훈련 중단 못해”
북, 핵무기 동원 말란 뜻일 수도
“수용땐 친척상봉 등 문제 다풀려”
남쪽에 대화 열쇠 넘겨준 셈
국방부 “한-미훈련 중단 못해”
북, 핵무기 동원 말란 뜻일 수도
“수용땐 친척상봉 등 문제 다풀려”
남쪽에 대화 열쇠 넘겨준 셈
상호 비방·중상과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북한의 제안은 올해 1월1일 신년사에서부터 북한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남북관계 개선’ 요구의 연장선상에 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는 스스로 발표한 신년사에 “북남관계 개선”을 세차례나 직접 언급했다.
신년사 이후 북한은 실제로 ‘대남 비방’을 전년보다 상당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 공식 매체인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에 일부 남한을 비판하는 논설과 기사가 실렸지만, 비방·중상 성격의 글들은 거의 사라졌다. 이번 중대 제안에서도 북한은 “정중하게 제안한다”는 표현을 쓰며 남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북한은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에 대해서도 일단 거부했지만, “좋은 계절에 마주앉자”며 상봉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강산 관광의 재개라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딱 잘라 거부하지도 않았고, 대화의 문도 걸어 잠그지 않은 것이다. 이번 제안은 좀더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군사적 적대행위와 관련해서는 “이 제안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실천적인 행동을 먼저 보여주게 될 것”이라며 유례없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결국 이런 북한의 적극적인 제안에 대해 남한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올해 남북관계의 개선 가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인 ‘키 리졸브’와 ‘독수리연습’을 어느 정도 강도로 진행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스스로 말했듯, 우리 정부는 한·미 연합 훈련을 연례적, 방어적인 훈련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를 취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북한의 제안은 이번 훈련을 지난해처럼 F-22 스텔스 전투기와 B-2 폭격기 등 최첨단 무기들을 동원해 강력한 수준으로 하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또 이번 훈련에는 B-2, B-52 전략폭격기 등은 물론 핵추진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 등을 동원하지 말라는 뜻일 수도 있다. 북한이 이번 중대 제안에서 세번째로 “더이상 미국의 위험천만한 핵 타격 수단들을 남조선과 그 주변지역에 끌어들이는 무모한 행위에 매달리지 말라”고 말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번 제안이 명분쌓기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남북관계가 잘 풀리지 않을 것에 대비해 자신들의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았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양쪽이 서로 이산가족 상봉 제안과 중대 제안으로 관계의 주도권 다툼을 하고 있다. 넘어온 공을 남한이 옹졸하게 받아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김정은 체제는 올해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를 원만하게 개선하려는 욕구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남한의 박근혜 정부 역시 성과 없는 1년을 마치고 집권 2년째에 접어든 터여서, 올해 안에 남북관계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 교수는 “한-미 군사 훈련이 예정된 2~3월에 작은 위기 국면이 있을 수 있다. 이번 북한의 제안에 남한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훈련이 끝난 뒤인) 4월 이후 대화의 문이 열릴 수도 있고, 갈등이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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