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2년 연속 여생도 수석졸업에
여성 불리하도록 평가체계 바꿔
“여 지휘관 못받아들이는 인식탓”
여성 불리하도록 평가체계 바꿔
“여 지휘관 못받아들이는 인식탓”
여성들이 군 내부의 성적 평가에서 잇따라 1위를 차지하자, 군과 사관학교들이 여성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제도를 바꾸고 있다. 군의 뿌리 깊은 남성 중심주의 문화에 따른 여성 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육군사관학교는 올해부터 분야별 가중치가 없었던 성적 평가 방법을 분야별로 가중치를 두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동안은 일반학 146학점, 군사학·군사훈련 24학점, 체육 6학점, 훈육 20학점 등 총 196학점 성적을 가중치 없이 합산했다. 그러나 앞으론 통상 남성 생도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 군사학·군사훈련, 체육, 훈육 등에 가중치를 둬 종합 성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이들 분야가 종합 성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군사학·군사훈련 12%→25%, 체육 3%→17%, 훈육 10%→17%로 모두 34%포인트 높아졌다. 그러나 여성들이 강세를 보이는 일반학은 74%에서 42%로 대폭 낮췄다. 이번 제도 변경은 2012·2013년 내리 육사의 수석 졸업 생도가 여성이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수석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사관생도는 졸업 때 성적에 따라 군번을 받는다.
이런 제도 변경이 여성 차별이라는 논란이 벌어지자 육사는 23일 해명 자료를 냈다. 이 자료는 “성적 산정 기준을 개선한 것은 기존 성적 평가에서 일반학의 반영 비율이 과다하기 때문이다. 이번 제도는 지적 역량과 군인 자질을 겸비한 장교 육성이라는 육사의 목표를 강화하기 위해 1년의 연구를 거쳐 시행하게 됐다. 올해 졸업생은 기존 산정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며, 재학생도 지난해까지 받은 성적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육군은 여자대학의 학군사관후보생(ROTC)이 다른 대학의 후보생들보다 군사훈련 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자 지난해 6월 학교별 순위를 매기지 않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당시 육군은 “후보생간 위화감을 막기 위해 학교별 순위를 폐지하고 최우수·우수·보통 등 등급제 평가 방식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2012년 하계 훈련에서 숙명여대, 2012~2013년 동계 훈련에서 성신여대가 100여개의 대학 학군단 가운데 1위를 차지한 일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공군사관학교가 성적이 수석인 여자 생도에게 2등상인 국무총리상을 주려다가 여성 차별 논란이 일자 다시 1등상인 대통령상으로 바로잡은 일도 있다. 공사는 지난 20일 재심의에서 수석 졸업을 하는 여자 생도에게 대통령상을 주기로 다시 결정한 뒤 “공사의 고위 장교들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수상자를 변경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을 보완하겠다”고 발표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여군 창설 40년이 지났음에도 사단장 등 일선 지휘관에서 여성을 찾아볼 수 없는데, 최근 여생도들이 연이어 우수한 성적을 내자 남성 중심의 군 내부에서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번 일들이 여성을 지휘관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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