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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김정은 직접 나서 미국 원색적 비난

등록 2014-11-25 20:45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찾아
“미제야말로 식인종·살인마”
유엔 북인권결의안 추진 반발
군사적 긴장 높이는 행동 가능성
유엔총회 제3위원회의 대북 인권결의안 채택 이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반미·반인권결의안 행보를 뚜렷이 하고 있다. 결의안 채택 직후 외무성과 국방위원회 등 국가기관을 모두 동원해 ‘초강경 대응’을 예고한 데 이어, 이번엔 김 제1비서 본인이 직접 미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북한의 반발이 군사행동 등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김 제1비서의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면서, 그의 미국 비난 발언들을 소개했다. 김 제1비서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신천군 일대에서 대규모 양민 학살을 저질렀다며 “미제야말로 인간살육을 도락으로 삼는 식인종이며 살인마”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그는 또 “조성된 정세 등에 맞게 반제·반미교양, 계급교양을 더욱 강화해 천만 군·민을 반미 대결전으로 힘있게 불러일으키려고 찾아왔다”며 “적에 대한 환상은 곧 죽음”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한국전 때 미군이 “신천군 주민의 4분의 1인 3만5천여명을 학살했다”고 주장하며 신천박물관을 세워 반미 교육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직접 미국을 비난한 내용이 공개된 건 이례적이다. 김 제1비서는 이달 초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미국인 억류자들을 모두 석방하는 등 관계개선을 위한 성의를 보여줬는데도 미국은 오히려 자신을 겨냥한 인권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비서가 직접 ‘반미 대결전’을 앞세움에 따라 당분간 북-미관계도 냉기류가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나아가 최고 지도자의 불만에 부응하기 위해 북한 국가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고 존엄’이 걸린 문제니만큼, 북한 군부 등이 충성심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뭔가 행동을 취하지 않고 넘어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긴장감을 높여온 대북 삐라 살포의 위험성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를 의식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은 자제할 수 있다”며 “그러나 북방한계선(NLL)에서의 긴장 조성, 중·단거리 미사일 및 신형 방사포 시험 발사, 대북 삐라 살포시 요격 사격 등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내다봤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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