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의 만수대궁전 앞에서 어린이들과 학생들이 눈을 치우고 있다. 평양/신화통신
3년 연속 경제성장률 플러스
고층 빌딩 늘고 택시 많아져
먹는 문제만큼은 해결한 듯
제조업 외자유치 부진은 숙제
전력난 등 인프라 부족 걸림돌
도농 양극화, 빈부격차 확산도
고층 빌딩 늘고 택시 많아져
먹는 문제만큼은 해결한 듯
제조업 외자유치 부진은 숙제
전력난 등 인프라 부족 걸림돌
도농 양극화, 빈부격차 확산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집권 3년, 평양 거리의 모습이 확 달라졌다. 40층 넘는 빌딩들이 새로 즐비하게 들어섰고, 거리 곳곳을 택시가 누빈다. 어두웠던 밤거리엔 조명이 환하게 켜졌고, 스마트폰을 쥔 여성들의 옷차림도 한결 화사해졌다. 회색의 도시에서 색채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게 최근 평양을 다녀온 이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지난 10월 초 닷새간 평양을 방문했던 장용철 윤이상평화재단 상임이사는 16일 “5년만의 방북인데,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져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숙소였던 보통강호텔 앞은 말할 것도 없고 거리마다 형형색색의 택시가 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진저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도 “평양을 보면 경기 순환이 매우 빠른 것 같다”며 “특히 시내 곳곳에 아파트를 짓고 있는 모습이나 시장도 활기찬 모습을 봤다. 확실히 피부로 느낄 만큼 흥성하다”고 전했다.
평양의 변화상은 김 제1비서의 집권 이후 활기가 돌고 있는 북한 경제의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김정은 집권 이후 3년째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농작물과 공산품 생산도 증가세다. 태풍과 수해 피해를 입지 않는 등 날씨 영향도 가세해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이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괴롭혀 왔던 ‘먹는 문제’만큼은 김정은 체제 들어 어느 정도 풀린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경제가 활기를 띠는 데는 김 제1비서의 집권 이후 실험적으로 도입한 ‘6·28 방침’과 이를 확대한 ‘5·30 조처’ 등 경제관리개선조처의 영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버지의 와병 탓에 속성 훈련 끝에 집권한 김 제1비서는 취약한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해 민생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 한정된 재원을 쏟아붓기 어려운 상황에서 김 제1비서는 생산현장 개혁조처를 통해 생산성을 올리는 방안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공장, 기업, 농촌, 지방정부, 개발구, 중앙은행 등으로 자율경영권을 확대하는 조처가 5·30조처”라며 “내년 쯤엔 5·30 조처에 따른 구체적인 후속 작업이 진행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자율경영의 확대로 기업과 농장의 잉여 생산물 처분 권한이 커진 것은 물론, 노동자의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인센티브 격차도 확대됐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올해 4월 ‘독자경영체제’를 도입한 평양 3·26전선공장의 경우 인센티브 지급으로 노동자의 생산 열의가 높아져 생산량이 급증했으며 월급이 100배 이상으로 뛴 직원도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농업 분야에서도 협동농장 말단 단위의 규모를 줄여 가족영농제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포전담당제’ 시행 등에 힘입어 전체 농작물 생산량이 지난해 2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이 돌고 주민 생활이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북한 경제가 장기적으로 1960~70년대초 전성기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5개의 경제특구와 19개의 경제개발구 지정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외자유치가 부진하다는 점이 문제다. 북한 당국은 외국 기업 306곳으로부터 14억37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나진·선봉 등 일부에만 4억달러 안팎을 유치한 데 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이 외국 투자기업에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법·제도 정비 등이 없이는 주민들이 월급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제조업 분야의 외자 유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질적인 전력난과 노후화된 교통·통신시설 등 열악한 인프라도 먼저 풀어야 할 문제로 꼽힌다. 평양과 지방의 양극화, 시장화 진전과 빈부 격차 확산에 따라 다수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깊어지고 있다. 조봉현 기은(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은 시장화 진전에 따라 주민들이 장사 등을 통해 자력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겨우 해결하는 단계”라며 “북한 경제의 도약을 위해서는 ‘5·30조처’를 공식화화고 양극화 보완 대책을 마련하는 등 북한 당국이 뚜렷한 제도 개선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wonje@hani.co.kr
이슈김정은의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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