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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탈북 청년들 진솔한 대화
보수 매체서 듣던 얘기와 딴판
정치보다 문화 주제 성공 열쇠
학생-탈북 청년들 진솔한 대화
보수 매체서 듣던 얘기와 딴판
정치보다 문화 주제 성공 열쇠
통일리더십스쿨에서 가장 인기있는 코너는 ‘북한 문화 토크콘서트’다. 숭실평화통일연구원의 김승연 초빙교수가 맡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리더십스쿨 참가 학생들과 탈북 청년 2~3명이 자유롭게 질문과 대답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간단해 보이는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학생들이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객관적인 북한’ 이야기를 듣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토크콘서트를 시작할 때마다 “허상을 제거하고 북한을 바로 보자”고 강조한다. 지난 30여년간 북한과 탈북자 문제를 다루어온 그가 보기에 우리 사회의 부정적 북한 이미지 중 상당수에는 ‘거품’이 들어가 있다. 그는 그런 거품을 걷어내고 북한을 보는 것이 통일 교육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학생들이 “탈북 뒤 북에 남아 있는 가족들은 무사하냐”는 질문을 던진 경우를 보자. 학생들은 “탄광이나 수용소로 끌려갔다”는 대답이 나올까봐 긴장한다. 하지만 탈북 청년들은 “고향에 잘 지내고 계신다”고 답한다. 더 나아가 “최근에 인편으로 용돈도 보내드렸다”는 말까지 들으면 학생들의 눈이 동그래진단다. 여태까지 우리 사회 보수 매체나 단체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토크콘서트의 주제를 문화로 잡은 이유에 대해 “북한 하면 맨날 정치 얘기만 한다”며 “그런 것을 떠나서 사람 사는 얘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학생들도 ‘탈북 동기’나 ‘통일비용’ 등 정치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다. 대신 “북한에서는 남한 드라마가 인기라는데 어떻게 받아보느냐”라는 등 생활에 관련된 질문을 많이 한다. 그리고는 탈북 청년들의 대답에 또 한번 놀란다.
“옛날에는 시디아르(CD-R)를 이용했는데, 현재는 스마트폰으로 받아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재 북한의 휴대폰 이용자가 3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김 교수는 토크콘서트가 진행되는 동안 간섭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콘서트 막바지에 이르면 꼭 던지는 질문이 있다. “북한이 남한보다 좋은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김 교수는 “북한이 나쁘다고만 하는데, 그럼 왜 나쁘기만 한 북한과 통일을 하려 하느냐는 모순에 빠진다”며 “아무리 나쁜 사람도 좋은 점이 있듯이, 아무리 북한이 나쁘다고 해도 좋은 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탈북 청년들이 주로 꼽는 북한의 좋은 점은 ‘끈끈한 정, 인간적인 면, 맑은 공기’다. 한 탈북 청년은 “남한 아이들은 컴퓨터랑 놀고, 북한 아이들은 사람이랑 논다”고 남북을 비교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대답이 나오면 학생들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고 한다.
약 3시간의 토크콘서트를 거치고 나면, 학생들이 ‘거품’을 걷어내고 북한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첫 문턱을 넘어선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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