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98년 ‘백두산 1호(대포동 1호)’를 발사한 이래 2016년 ‘광명성호’까지 여러 차례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우리나라는 이를 ‘미사일 발사’로 규정하며 제재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북한은 광명성 위성 탑재를 들어 18년째 ‘우주 개발’이라고 주장한다.
■ 1998년 8월 ‘백두산 1호 로켓-광명성 1호 위성’
북은 1998년 8월31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동해 위성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무수단리의 옛 이름에서 따온 ‘대포동 1호 장거리 미사일’로 알려진 백두산 1호 로켓에는 북한의 첫 인공위성 광명성 1호가 실려 있었다.
백두산 1호의 1단 추진체는 일본 아오모리현 서쪽 해상에, 2단은 북태평양 해상에 낙하했다. 백두산 1호는 작은 추진력으로 위성 궤도에 오르기 위해 지구의 자전 방향을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발사됐으나, 일본 영토를 무단으로 통과해 국제사회에 긴장을 불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그해 9월15일 북한의 로켓 발사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은 “광명성 1호가 위성 궤도 진입에 성공해 지구를 165분 6초 주기로 돌면서 ‘김일성 장군의 노래’ 등을 모스 부호로 전송하고 있으며, 같은 해 10월3일 많은 사람이 평양 상공을 지나는 광명성 1호를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등은 3단 추진체 점화 실패로 위성 궤도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 2009년 4월 ‘은하 2호 로켓-광명성 2호 위성’
2009년 4월5일 동해 위성 발사장에서 시험 통신 위성인 광명성 2호를 탑재한 은하 2호가 발사됐다. 광명성 2호는 ‘김일성 장군의 노래’, ‘김정일 장군의 노래’를 비롯해 각종 측정 자료를 470㎒로 지구에 전송하는 위성이라고 북은 밝혔다. 은하 2호의 1단은 일본 아오모리현 서쪽 해상에, 2단은 북태평양 해상에 낙하했으며, 발사장으로부터 동쪽으로 3800㎞가량을 날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북은 광명성 2호가 궤도 진입에 성공해 약 104분 주기로 지구를 돌고 있다고 발표했으나, 한국과 미국은 2단과 3단의 분리 실패 등의 원인으로 모든 추진체가 바다에 떨어지면서 궤도 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 2012년 4월 ‘은하 3호 로켓 -광명성 3호 위성’
2012년 4월13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광명성 3호 위성을 실은 은하 3호가 발사됐으나 1단 추진체가 폭발하면서 발사 135초 만에 추락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발사 실패를 공식 발표했다.
■ 2012년 12월 ‘은하 3호 로켓 -광명성 3호 위성 2호기’
북한은 2012년 12월12일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두 번째 은하 3호를 발사했다. 이 은하 3호에는 여덟달 전 궤도 진입에 실패한 광명성 3호의 2호기가 탑재돼 있었다.
전북 변산반도 인근 해상에 낙하한 1단 추진체는 국방부가 인양했으며, 페어링(발사체에 실린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은 제주도 남서쪽 해상에, 2단은 필리핀 루손섬 동쪽 해상에 낙하했다. 미국 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광명성 3호 2호기가 로켓 발사 9분 27초 만에 위성 궤도에 진입했다고 확인하며 식별번호 39026을 부여했다.
북은 광명성 3호 2호기가 2년 동안 작동하면서 ‘김일성 장군의 노래’와 ‘김정일 장군의 노래’를 전송하는 한편 지상의 사진을 촬영해 전송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자세 제어가 되지 않아 정상 작동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명성 3호는 약 95분 주기로 지구의 극궤도를 남북으로 돌며 2~3일에 한 번꼴로 한반도 상공을 통과한다. 많은 우주 전문가들은 광명성 3호 2호기의 경제·과학적 가치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 2016년 2월 ‘광명성호 로켓-광명성 4호 위성’
북한 조선중앙TV가 11일 새 기록영화에서 공개한 광명성호 발사 전 모습. 연합뉴스
북한은 2016년 2월7일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광명성호 로켓을 발사했다. 2012년 12월 발사된 은하 3호와 비슷한 경로로 날아가 광명성 4호를 위성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1단 추진체는 황해도 장산곳 인근 해상에서 분리와 동시에 폭발해 270여개 파편으로 낙하했다. 국방부와 국정원은 이 폭발이 추진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자폭’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1단 추진체의 일부 파편과 제주도 서남쪽 해상에 낙하한 페어링은 군이 인양했으며, 2단은 필리핀 루손섬 동쪽 해상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
북은 로켓 발사 9분 46초 만에 광명성 4호가 위성 궤도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항공우주방위사령부는 광명성 4호에 식별번호 41332를 부여했다.
광명성 4호는 94분 6초 주기로 지구를 돌고 있으며, 하루 4차례 한반도 상공을 통과한다. 국방부는 광명성 4호가 궤도에 진입했지만 안정적으로 궤도를 유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인공위성 발사체?
북한은 2006년 7월5일 여러 발의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뒤 그 해 10월9일 1차 핵실험을 했다. 이후 2009년 4월 은하 2호 발사-같은 해 5월 2차 핵실험, 2012년 12월 은하 3호 발사-이듬해 2월 3차 핵실험을 했다. 광명성호도 2016년 1월6일 4차 핵실험 한 달여 뒤 발사됐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우주 개발’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2006년 이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일정과 1~4차 핵실험 일정이 겹친다는 점을 근거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이라고 남한은 규정한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2012년 은하 3호와 이번 광명성호를 탄도 미사일로 이용할 때 최대 사거리는 1만~1만2000㎞로 워싱턴이나 뉴욕 등 미국 동부 도시를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이 대기권 재돌입 때 발생하는 6000~7000℃의 마찰열로부터 핵탄두를 보호할 특수소재 기술을 확보했을 가능성은 남한 국방부도 낮게 보고 있다.
글·그래픽 조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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