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2일 로하니와 회담 주목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 계획은, 지난 1월27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1월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전방위 대북 압박 논의가 이뤄지던 때다. 이 때문에 미국과 핵 협상을 타결해 국제사회에 복귀한 이란을 들어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크다는 풀이가 나왔다.
박 대통령은 1일 공개된 이란 국영 <이란신문사> 서면인터뷰에서 이 점을 분명히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이 아닌 국제사회와의 협력만이 자신들이 원하는 안정과 번영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하루속히 깨닫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이란과도 긴밀하게 협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경우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고 여러 차례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핵 보유를 헌법에 명기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이란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란의 핵 해법을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조하여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과 북한이 오랜 우방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2일 만날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북한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이란에 스커드 미사일을 제공하면서 미사일 개발·공급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란은 유엔에서 북한 인권 규탄 결의안에 반대하는 등 외교 무대에서도 북한을 지지해왔다.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과 이란이 핵 기술이나 실험 데이터 공유 등에서 협력할 가능성을 우려해왔지만 이란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재무부는 지난 몇년간 북한의 로켓 추진체 개발 작업에 기술자들을 파견해온 이란 단체 소속 관리를 제재하기도 했다.
북한과 이란의 이런 관계를 고려하면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자체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이란 정상과 만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북한에는 엄청난 메시지”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의 핵·미사일 개발 협력이 한반도에 위협이 된다는 뜻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최근 “박 대통령은 이란이 북한의 핵 개발에 협력할 경우 한국의 안보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이란에) 강력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소속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압박외교’ 따위의 놀음이 제 갈 길을 당당히 가는 우리에게 절대로 통할 수 없다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최근 관영 매체를 통해 이란 관련 보도도 늘려왔다. 지난 22일 이란 국군의 날 기념 열병식, 19·20일 북한과 이란 외교관들의 연회, 18일 이란 원유정제공장 건설현장 사진 등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보도됐다. <노동신문>은 ‘집요한 서방의 책동, 이란의 강경대응’(4월4일치), ‘자주적 입장을 견지해나가는 이란’(4월15일치) 등의 보도를 통해 ‘이란의 반제국주의 반미 투쟁’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진철 기자, 테헤란/최혜정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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