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8군사령부가 11일 경기 평택 험프리스 기지에 입주했다. 이날 오전 개관한 사령부 건물 앞에서 워커 장군 동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평택/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미8군사령부가 11일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기지에 입주하면서 ‘주한미군의 평택시대가 열렸다’는 격문이 가득하다.
비록 10년가량 늦지만 주한미군 자체였던 미8군의 실질적 이전으로 평택시대가 개막한 것은 맞다. 그러한들 ‘용산시대’가 저문 건 아니다. 미8군사령부가 떠난 시설과 부지는 계속 통제구역이며, 그조차 일러도 2020년에나 반환이 시작된다. 강원도 원주의 캠프롱 기지는 철수 뒤 폐쇄한 지 7년째 되도록 한미 간 환경오염 책임 시비로 사용권이 환수되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초 캠프롱 기지 기름유출 사고로 엄마 손을 잡고 시위에 나섰던 여중생이 이제 국회의원의 비서진이 되어 “아직도 반환이 안 된 거냐”며 놀라워했다. 이번 탐사취재 여러 에피소드 중 하나다. 80만평 용산 부지는 어떨까?
11일 미군은 용산기지에 121병원(여단급)도 당분간 잔류한다고 공식화했다. 준공된 평택기지 병원시설의 시험운용·인증절차가 끝날 때까지란 조건을 붙였다. 용산공원 사업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전혀 알지 못한 사실이다. “건물 기준으로 말하면 121병원은 일단 비우는 것”이란 국토부 설명(6월말)과 달리, 미군은 그 건물에 ‘일단 잔류한다’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비대칭이 하나 둘이 아니다. 기지이전 완료 시점부터 한국은 2018년, 미군은 최소 2020년을 꼽는다. 사업 공정률이 미군 “80%”, 한국 “94.5%”다. 평택기지 내 짓는 건물 수도 다르다. 미군은 655개 동, 한국은 513개 동이다. ‘최초 한미합의에 의한 군 건설사업’이 이렇다.
<한겨레>에 한국군은 “미군 쪽의 건물수 산정방법·기준을 정확히 확인하긴 어렵다. 미 자체 예산의 건물이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한미군은 구체적 답변을 피하면서 “추가 질문은 한국 국방부에 문의하기 바란다”고 말한다. “복잡한 프로젝트로 최대한 빨리 이전을 완료하는 게 목표”라는 미군 답변에, 한국군은 “미군의 공정률 산정방법 등은 미군 쪽에 문의하기 바란다”고 호응한다.
한미 안보외교 쟁점에서 대개 미국 쪽 설명이 ‘진짜’가 되어왔다. 한국이 낸 방위비분담금을 미군이 기지이전 사업비로 전용한다는 사실도, 한미연합사·2사단 화력여단의 용산·동두천기지 잔류도, 박근혜 정부의 전작권 환수 재연기 추진도 빠짐없이 미군에 의해 제기되거나 공식화했다. 우리 군은 일단 부인한 뒤, 때를 보아 사실로 추인하는 형세였다.
이 모든 사안들은 한국이 지불해야 할 비용과 직결하고 한국이 공여하는 영토의 쓰임새와 관련한다. 우리 군 설명과 달리, 2020년까지 142개 ‘빌딩’을 평택기지에 ‘더’ 짓는 기지이전 사업비 또한 어떻게 춤을 출지 내다보기 어렵다. 사업비 94%가량이 한국 돈이란 사실만 명확하다. 그런데 미국은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또 요구한다. 평택시대가 오더라도 용산시대는 가지 않는 것이다.
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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