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아 단일팀 주장 수상 소감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젊음과 하키로 금세 가까워져
용어 달라 겪은 어려움은 단 며칠
서로 상대 용어 외워 소통 원활
“상은 북의 동생들이 준 선물”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젊음과 하키로 금세 가까워져
용어 달라 겪은 어려움은 단 며칠
서로 상대 용어 외워 소통 원활
“상은 북의 동생들이 준 선물”
“주위에서 ‘한반도 평화의 씨앗이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뿌려졌다’는 말씀을 하실 때면, 가슴 한편이 뿌듯했는데, 이렇게 상까지 받게 되니 정말 영광스럽습니다.”
17일 제20회 한겨레통일문화상을 받은 평창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주장 박종아 선수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박 선수는 남북 단일팀을 만든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대회 개막을 코앞에 두고 낯선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북쪽 박철호 감독과 선수 12명은 지난 1월2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합류했다. 북쪽 선수들과의 첫 만남은 서먹했다고 한다. 말을 트기도 쉽지 않았다. 박 선수는 “‘올림픽만 바라보고 땀 흘려왔는데, 왜 이렇게 불편한 상황에서 어렵게 대회 개막을 맞아야 하나’ 하는 원망이 들기도 했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박 선수는 “과거 북쪽 선수와는 경기에서 경쟁 상대로만 마주해 분위기가 냉랭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어색하고 불편했어요”라고 말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016년과 2017년 세계선수권에서 잇달아 대결을 펼쳤고, 남쪽이 두차례 모두 이겼다.
하지만 젊음과 하키라는 공통점이 있는 남북 선수들은 금세 가까워졌다고 한다. “북에서 온 친구들은 순수하고 맑았습니다. 일분일초,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해서 훈련했습니다. 또 씩씩했습니다.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는데도 한 번도 투정이나 불평을 하는 법이 없었어요. 팀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 하는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북이 다른 아이스하키 용어를 서로 익히려고 70개 이상의 남북 아이스하키 용어를 담은 프린트를 들고, 남쪽 선수들은 북쪽 용어를, 북쪽 선수들은 남쪽 용어를 외우고 익혔다. 경기 용어가 달라 어려움을 겪은 것은 단 며칠간이었다. 금방 익숙해져서 서로 의사소통을 하게 되었다.
박 선수는 “우리는 평창올림픽에서 함께 싸운 5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지만 세계에 남북이 함께 어울려 훌륭한 하모니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어떤 승리보다 큰 의미를 남겼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평창겨울올림픽 당시 <아에프페>(AFP) 통신은 “단일팀이 두 코리아 간 화해를 위한 이례적인 순간을 끌어냈다”고 전했고, 중국의 <신화통신>도 “경기는 졌지만, 평화가 이겼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쪽 선수들을 많이 챙겨주지 못했던 것이 미안하고 섭섭하다고 했다. “돌아가는 날 ‘언니들 울지 말라’며 씩씩하게 격려해주며 손 흔들었던 북쪽의 동생들이 많이 그립습니다. ‘평양에 오면 옥류관 냉면 100그릇 사주겠다던 (황)충금이가 머지않은 장래에 약속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겨레통일문화상을 북으로 떠난 동생들이 남아 있는 언니들에게 보내준 큰 선물로 알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제20회 한겨레 통일문화상 시상식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려, 박종아(왼쪽부터)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주장, 조수지 선수가 정세현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8 평창겨울올림픽’ 6일째인 지난 2월14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일본을 상대로 2피리어드 경기를 펼치던 중 그리핀 랜디 희수가 일본팀의 그물망을 흔들자 단일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강릉/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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