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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비둘기는 왜 한국인에게만 평화의 상징일까?

등록 2018-08-15 20:15수정 2018-08-15 22:02

1천명에 물었더니 21%가 비둘기 첫손 꼽아
미국 덴마크 사람은 1%만 언급해 매우 대조
비평화 오래 지속…평화가 삶과 동떨어진 상징적 목표
평화 연관 단어들 모음
평화 연관 단어들 모음

비둘기. 다들 평화의 상징이라고 한다.

최근 조사결과에도 그렇다. 최근 나온 통일연구원의 ‘평화구축: 평화의 심리학’연구를 보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평화’라는 단어를 보고 생각나는 단어 3개가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단어연합검사를 했다. 응답자들이 제시한 3천 단어 빈도를 조사해보니, ‘비둘기’(13%)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떠올렸다. 다음으로 통일(9.9%), 자유(7%), 행복(5.9%) 순이었다. 20대를 빼면 모든 나이대, 성별, 이념과 관계없었다. 20대는 비둘기-통일-행복-자유 순이었다.

특히 세 단어 중 가장 먼저 응답한 단어를 보면, 1000명 중 211명(21.1%)이 비둘기였다. 다음으로 175명(17.5%)이 통일이라고 답했다. 나이, 성별, 이념에 따른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조사 결과를 보면, 비둘기와 통일 같은 평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가 2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두번째로는 개인의 긍정적 정서를 나타내는 행복(5.9%). 사랑(2.5%) 등이 8.4%였다. 이에 비해 공공권리 범주에 속하는 단어는 자유(7%)가 유일했다. 폭력 범주에 해당하는 전쟁(2%), 폭력의 부재 범주에 해당하는 단어는 비핵화(1.7%)로 비중이 낮았다. 이를 두고 통일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평화의 의미를 상징, 개인의 긍정적 정서(행복, 사랑), 공공의 권리(자유), 사회적 질서, 마음의 평온, 관계, 폭력, 폭력의 부재 순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2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입구앞에 세계 43개 언어로 쓰여진 메세지가 평화의 상징 비둘기의 모양으로 조형물이 전시되고 있다. 고양/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2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입구앞에 세계 43개 언어로 쓰여진 메세지가 평화의 상징 비둘기의 모양으로 조형물이 전시되고 있다. 고양/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평화를 생각할때 비둘기를 가장 많이 떠올리는 한국인의 반응은 보편적일까? 2011년 덴마크인과 미국인 8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화인식조사(단어연합검사) 결과와 비교 해보니, 평화를 생각할 때 비둘기가 언급된 경우는 24회로 단 1%에 불과했다. 미국과 덴마크 사람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자유(7.9%)였고, 행복(6.4%), 조화(5.8%), 사랑(5.4%), 번영(4.8%) 등이 그 뒤를 따랐다. 두 나라 사람들의 응답에선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를 포함한 공공권리에 대한 단어가 12.6%로 가장 많았다.

박주화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 국민들은 평화를 삶의 방식, 삶의 조건이 아닌 추상적인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며 “비둘기와 통일 같은 평화를 상징적으로 받아들이는 한국인의 평화인식은 분쟁과 폭력을 장기적으로 겪고 있는 지역 사람들이 보이는 평화 인식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박주화 부연구위원은 “고질화된 분쟁 속에서 과정이 생략된 목표로서 평화는 실체가 없으며 유토피아적인 성격이 강하고, 삶과 유리돼 있으며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부족하다. 이런 현실이 한국인에게 평화가 비둘기인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을 경험하고 70년넘게 분단이 지속된 한국인의 평화인식에서 폭력과 폭력의 부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것은 비평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비평화 상태가 일상적인 삶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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